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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산불로 인한 오존이 청소년 우울증까지 일으킨다

등록 2022-03-21 14:49수정 2022-03-21 14:57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에어로졸, 북극해빙 녹이고 온난화 가속
다시 산불 ‘악순환’…청소년 정신건강까지
울진·강릉 산불, 오존 2배·에어로졸 20배 ↑
2020년 1월3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계속되고 있는 산불로 거대한 연기 기둥이 만들어져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월3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계속되고 있는 산불로 거대한 연기 기둥이 만들어져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경상북도 울진과 강원 강릉 산불로 평소보다 최대 20배 이상 많은 에어로졸이 배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대형산불이나 화산 등으로 다량 배출되는 에어로졸은 지구 복사강제력을 변화시켜 기후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산불에서 발생한 오존 등 에어로졸이 북극해빙(얼음)을 녹이고 성층권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랐다. 오존은 청소년 우울증을 배가시킨다는 분석도 나왔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갈색탄소’ 북극 온난화 효과 2배

화석연료를 연소하면 에어로졸인 ‘흑색탄소'(블랙카본)가 나온다. 에어로졸은 햇볕을 흡수해 열로 바꿔 지구를 가열한다. 산불 등으로 초목이 탈 때는 ‘갈색탄소'(브라운카본)가 나온다. 갈색탄소는 흑색탄소에 의한 온난화 효과의 단지 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중국 톈진대 연구팀은 최근 <셀> 자매지인 공개 학술지 <원 어스>에 실은 논문에서 다른 주장을 펼쳤다.(DOI : 10.1016/j.oneear.2022.02.006) 연구팀은 2017년 여름 2개월 동안 쇄빙선을 타고 북극해에서 대기중 갈색탄소(BrC)를 직접 관측하고 흡광 특성을 정량화한 결과, 북극 인근 갈색탄소는 블랙카본의 약 30%까지 온난화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또 북극에서 산불이 주요 원천인 갈색탄소의 온난화 효과는 화석연료에서도 일부 나오는 갈색탄소보다 2배 높다는 것도 밝혀냈다.

지난 50년 동안 북극 동토의 온난화 속도는 나머지 지역에 비해 3배 빠르다. 이런 차이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을 ‘북극증폭’이라 부른다. 북극해 빙하와 눈은 햇볕을 우주로 반사한다. 하지만 얼음이 녹아 어두워진 수면은 햇볕을 덜 반사해 좀더 뜨거워지고, 또다시 얼음을 빨리 녹인다.

연구팀은 “블랙탄소가 북극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갈색탄소도 최근 몇 십년 동안 온난화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로 중위도와 고위도 지역의 산불이 증가해 갈색탄소가 북극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온난화는 더 많은 산불을 일으키고 다시 얼음을 녹이고 폭염을 부르는 이른바 ‘되먹임 무한 순환’(피드백 루프)이 작동하는 것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호주 대형산불이 남반구 오존층 파괴

캐나다 워털루대와 미국 올드도미니언대 공동연구팀은 2019~2020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형산불에서 배출된 연기가 수개월 동안 남반구 대기의 오존층을 파괴했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보고하기도 했다.(DOI : 10.1126/science.abm5611)

성층권 일부를 구성하는 오존층은 태양광 가운데 자외선을 흡수해 보호막 구실을 한다. 연구팀은 캐나다우주국 대기화학실험(ACE) 인공위성의 자료를 이용해 성층권에서 연기 입자들의 영향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산불이 성층권에 분사한 산성을 띤 연기 입자들은 오존층을 조절하는 염소와 수소, 질소의 화학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가 화합물들을 오존층을 파괴하는 좀더 반응성 높은 화합물로 변질시킨 것이다.

피터 버너스 워털루대 화학부 교수는 “대형 산불이 기후변화에 따라 더 자주 발생하면 태양에서 나오는 더 해로운 자외선이 지상에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극지역의 오존홀과 유사하게 이런 손상은 일시적이다. 연기가 성층권에서 사라지면 오존 농도는 산불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산불의 빈도가 증가하면 파괴가 좀더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오존 고농도 지역 청소년 우울증 발병률 높아

대형산불은 오존 발생률도 높인다.
울진·강릉 산불 때 발생한 오존 농도도 평소보다 2배 높았다. 오존은 세포를 파괴하는 등 신체적으로 위해하다. 나아가 사춘기 때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덴버대와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청소년의 오존 노출이 슬픔을 느끼거나 울고 싶어지고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활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연구팀 논문은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발달심리학>에 실렸다.(DOI : 10.1037/dev0001310)

연구팀은 오존농도가 다른 여러 지역에 살고 있는 9~13살의 청소년 213명(여성 57%, 소수인종 53%)의 정신건강 증세를 추적해 고농도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4년 이상 우울증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 참가자들은 최대 3차례에 걸쳐 자가 보고를 했다. 연구팀은 오존 농도가 높을수록 청소년 발달 전반에 걸쳐 우울증의 가파른 증가가 예측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다른 형태의 정신병리학적 증상에서는 관찰되지 않은 패턴이라고 밝혔다.

에니카 맨차크 덴버대 교수는 “최근 대기오염 특히 오존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 연구에서 오존 오염이 심한 도시의 병원들은 다른 병원보다 항우울제 처방을 더 많이 발급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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