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우주망원경(HST)는 고장 수리와 개보수를 위해 우주선이 왕복하면서 다른 어떤 망원경보다 더 큰 탄소발자국을 남겼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 제공
지난해 성탄절에 천문학자들을 기쁘게 한 또다른 사건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발사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의 후속 모델인 제임스웹은 하늘에 오르기까지 25년이 걸리고 1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었다. 그만큼 제임스웹이 남긴 탄소발자국도 깊었을 것이다.
프랑스 천문학자들은 21일(한국시각) 세계 천문학 연구에 사용되는 우주와 지상 기반 시설들의 탄소발자국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해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에 실었다.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과 탄소발자국협회(ABC) 연구팀은 46개의 우주 연구 활동과 39개 지상 천문우주망원경 시설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건축비, 운용비, 전기사용량, 우주 또는 인공위성 임무, 발사 관련 등을 토대로 추계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활동중인 천문연구시설 및 도구들이 2030만톤CO₂e(이산화탄소 환산톤)의 탄소발자국을 남겼으며, 운용 과정에 연간 117만톤CO₂e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 계산했다.(DOI :
10.1038/s41550-022-01612-3)
이산화탄소 배출량 2천만톤은 2020년 기준 볼리비아(2100만톤), 쿠바(2000만톤), 과테말라(1900만톤)의 연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천문학자 수로 나누면 1인당 탄소발자국이 36.6톤에 이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세계 1인당 탄소발자국(7.3톤)의 다섯배가 넘는다.
논문 제1저자인 프랑스 천체물리학 및 행성학연구소(IRAP)의 위르겐 크뇌들세더 연구원은 “2천만톤은 프랑스에서 보통의 자동차로 16만5천㎞를 주행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계산에는 과학자들이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기를 타거나 슈퍼컴퓨터를 가동하거나 연구실 냉난방에 쓰인 전력 등은 빠져 있다.
지난해 12월25일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제작 모습. 나사 제공
연구팀은 기존 2개 우주 기반의 천체 관측 사업을 토대로 조사해 사업비 100만유로당 140톤CO₂e, 탑재 질량 1㎏당 50톤CO₂e를 추출했다. 또 2개의 지상 기반 사업을 토대로 건설비 100만유로당 240톤CO₂e, 운용비 100만유로당 250톤CO₂e의 계산도 뽑아냈다. 연구팀은 질량 기반 추정과 비용 기반 추정 방식을 적절히 배합해 불확실성을 줄여 탄소발자국을 추정해냈다.
연구팀은 “연구에 사용한 배출 계수를 기반으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탄소발자국은 질량 기반의 31만톤CO₂e에서 비용 기반의 122만톤CO₂e 사이로 추정됐다. 또 현재 건설중인 거대한 전파망원경 어레이(SKA)의 경우 건설 탄소발자국은 31만톤CO₂e, 연간 운용 탄소발자국은 1만8천톤CO₂e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 우주 기반 사업 가운데 탄소발자국이 가장 큰 것은 허블우주망원경이다. 30년 운영기간에 4만2315명의 저자에 의해 5만2497편의 논문이 쓰여진 허블망원경의 탄소발자국은 질량 기반으로는 55만5500톤CO₂e, 비용 기반으로는 112만5200톤CO₂e로 추정됐다. 지상 기반 사업은 칠레 파라날천문대의 초거대망원경(VLT)이 가장 컸다. 21년의 운영기간에 2만6442명의 저자가 1만7235편의 논문을 남긴 브이엘티의 탄소발자국은 54만톤CO₂e으로 추계됐다.
연구팀은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래의 우주관측 임무 개발을 좀더 지속가능하게 느린 속도로 추진하고 천문 연구에 기존 자료를 사용하는 등 ‘느린 과학’(슬로 사이언스)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