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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아프리카 모리셔스에 가면 ‘하늘을 나는 발전소’ 이것이 있다

등록 2022-03-23 16:49수정 2022-03-23 17:16

모리셔스에 최초 ‘공중풍력발전소’ 설치
바람에 연줄 당기면 지상에서 전기 생산
외딴 곳, 심해 등지 높은 고도에서 가동
독일의 스카이세일스파워는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동남부 섬나라 모리셔스에 커다란 연이 달린 ‘공중풍력발전소’를 설치해 10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스카이세일스파워 제공
독일의 스카이세일스파워는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동남부 섬나라 모리셔스에 커다란 연이 달린 ‘공중풍력발전소’를 설치해 10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스카이세일스파워 제공

아프리카 남동부의 섬나라 모리셔스에는 지난해 12월 방 3개짜리 아파트 크기의 커다란 연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경상북도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 130만여 명의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국가로는 드물게 민주주의 지수가 우리나라보다 3단계 낮은 19위로, 한 해 인구와 비슷한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도 이름이 나 있다. 하지만 모리셔스 상공에서 8자를 그리며 날고 있는 대형 연은 관광용 볼거리가 아니다. 가동을 시작한 이래 2개월 동안 50가구가 쓰기에 충분한 100㎾(킬로와트)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공중풍력발전소’다.

발전소를 설치한 회사는 독일 스카이세일스파워로, 비록 현재 설치한 공중풍력발전소가 섬나라 전체 전력 수요의 극히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징조로 인식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풍력발전은 탄소중립을 위해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풍력에너지가 2050년까지 11배 성장하고, 풍력과 태양력이 전 지구 전력 수요의 70%를 담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수많은 풍력발전기 터빈이 전 세계에서 들판을 수놓고 지평선을 장식하면서 풍력발전 비용은 지난 10년 동안 40%나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지상 풍력발전이 항상 최상의 해결책은 아니다. 너무 비싸거나 때로는 거리가 너무 멀고 심해여서 전력 수송 측면에서 설치가 불가능하다. 또 바람이 강하게 부는 아주 높은 상공에 도달할 수 없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업협회인 ‘유럽공중풍력’(AWE)의 이사인 이탈리아 밀라노공대 엔지니어 로렌조 파지아노는 “공중풍력발전소는 몇 가지 주요한 이점이 있다”고 <비비시>에 말했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땅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풍력발전은 통상 1㎿(메가와트)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9㏊(1㏊는 1만㎡)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화석연료는 5㏊가 필요하다.

고도가 높아지면 통상 바람 속도가 빨라진다. 풍속이 두 배 빨라지면 출력은 8배가 된다. 가장 높은 풍력발전기가 200~300m인 것에 비해 공중풍력발전소는 800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론적으로 높은 고도에서 풍력발전은 지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4.5배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스카이세일스파워의 공중풍력발전소는 150㎡ 넓이의 낙하선처럼 생긴 날개로 구성돼 있다. 터빈이 공중에 떠 있는 것도 아니고, 밧줄이 전기선도 아니다. 대신 전기는 밧줄의 끌어당김으로 인해 지상에서 발전된다. 소프트웨어가 연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가장 강력한 끌어당김을 발생시키기 위해 연을 8자 형태로 날린다. 시스템은 그때 연의 비행 패턴을 변화시켜 최소한의 저항을 가지고 끌어당겨, 적은 에너지로 줄을 되감는다. 이 패턴을 반복하면서 소비하는 전력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발전시스템이 단순하게 보이지만 연 날개가 안전하게 착륙했다 다시 자동으로 발사되는 비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7년이 걸렸다. 스카이세일스는 현재 5개 모듈을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하나가 모리셔스에서 처음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스카이세일스는 연이 폭우나 적절하지 않은 바람, 폭풍 때문에 한해 14번 정도는 가동을 중단하고 날개를 땅으로 끌어 내려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중풍력발전소를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게 할 수 있는 태풍은 이 섬나라에 전통적인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없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공중풍력발전기는 먼 바다 위 닻을 내린 선박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스카이세일스파워 제공
공중풍력발전기는 먼 바다 위 닻을 내린 선박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스카이세일스파워 제공

파지아노는 “연을 멀리까지 이동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수월하다”고 말했다. 공중풍력발전소는 컨테이너 하나에 들어갈 수 있어 길이나 부두에 쉽게 부려놓을 수 있다. 기존 풍력발전기를 고정시할 수 없는 먼바다에서조차 닻을 내린 바지선에 밧줄로 묶어놓을 수 있다. 높이 조절이 가능해 계절에 따라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높이까지 아래위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크리스티나 아처 미국 델라웨어대 풍력연구소장은 “아주 좋은 생각으로 재료와 비용면에서 단순하다는 것이 매력이다”라면서도 “공중풍력발전소가 기존 풍력발전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비시>에 말했다. 스카이세일스는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심해의 바지선 위에 수백개의 연을 띄운 풍력발전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또 연 한 개나 몇 개로 이뤄진 작은 시스템은 외딴 섬의 전력 공급에 도움이 되고, 군대나 산속 광산에 임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중풍력발전소에도 도전 과제는 있다. 기존 풍력발전 터빈은 철새를 죽이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공중에서 날고 있는 커다란 연에 새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 아처는 “공중풍력발전소의 밧줄이 이론적으로 드론이나 심지어 소형 항공기를 넘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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