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따뜻해지면 소리가 더 빨리 이동해 소리에 의존해 의사소통을 하고 먹이 활동을 하는 북대서양참고래(사진) 등 해양생물한테 영향을 미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동해안 쪽에서 주로 서식하는 북대서양참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위급’ 종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해 말 북대서양참고래연합회(NARWC)는 2011년 480마리에 이르렀던 이 희귀동물이 336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해양이 가열돼 주요 먹이인 갑각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북대서양참고래한테 또다른 위험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지구물리학회(AGU) 과학자들이 주장했다.
캐나다와 이탈리아 공동연구팀은 31일 “기후변화로 수중의 음속이 빨라질 수 있는 세계 해양의 주요지점을 조사해보니, 주로 해양 생태계 다양성이 높은 지역들이었다. 음속의 변화는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고 먹이 활동을 하는 해양생물들한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학술지 <지구 미래>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29/2021EF002099)
음파는 따뜻한 물속에서 더 빨라진다. 소리가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길어진다. 수심 50m에서의 음속은 극지방에서는 초속 1450m인데 비해 적도지방에서는 초속 1520m이다.
해양의 소리 환경은 살아 있는 유기체가 만들어내는 진동, 파도소리나 얼음 깨지는 소리, 선박 운항, 자원 채취 과정에 발생하는 소음의 불협화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음속의 증가는 음향 주요지점(핫스팟)에서 해양생물을 위협할 수 있다. 많은 해양동물들은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며 수중 세계를 탐색한다. 음속이 바뀌면 먹이를 찾고, 경쟁자와 싸우고, 짝을 찾고, 포식자를 피하며 이동하는 해양동물의 능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연구팀은 해양의 미래 소리 환경을 예측하기 위한 모델(프로그램)을 만든 뒤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기온과 수심, 염도의 영향을 계산해 전 세계 해양의 음속 추정치를 조사했다.
미국 지구물리학회(AGU) 학술지 <지구 미래>의 최근 논문은 기후변화로 수중 음속에 변화가 예상되는 곳(핫스팟)은 북대서양참고래의 주서식지인 그린란드 동쪽과 대서양 뉴펀들랜드 앞바다라고 밝혔다. 미국 지구물리학회 제공
그린란드해와 캐나다 뉴펀들랜드 동쪽 북서대서양 일부에 있는 두 핫스팟의 경우 수심 50m와 500m에서 가장 변화가 컸다. 고농도 배출 시나리오(RCP8.5)에서 21세기말께 이곳의 평균 음속은 수면에서 수심 500m까지 음속이 1.5% 이상, 곧 초당 25m(시속 90㎞)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저자인 스테파노 살롱 이탈리아 국립해양학 및 응용지구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은 “주요 영향은 북극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곳은 이미 기후변화 영향이 증폭되고 있다. 북극 전체는 아니더라도 특정 부분에서는 분명한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핫스팟 외에도 바렌츠해, 북서태평양, 남빙양(동경 0~70도 사이) 등지는 수심 50m 지점에서 음속이 1%, 초속 15m가 빨라졌으며, 북극해, 멕시코만, 카리브해 남부 등지는 수심 500m에서 비슷한 증가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래 고농도 시나리오 아래 북대서양 두 군데의 핫스팟에서 서식하는 북대서양참고래의 평상시 발성으로 컴퓨터 모델링 실험을 했다. 그 결과 50헤르츠의 전형적인 고래 ‘호출' 소리는 미래의 더 따뜻한 바다에서는 좀더 멀리까지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앨리스 어파타티 캐나다 메모리얼대 생물음향학 연구원은 “연구에서는 하나의 희귀 거대동물 종만 거론하기로 했지만, 많은 해양 생물종은 소리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소리를 사용한다. 모든 음향 핫스팟은 생물다양성이 큰 곳에 위치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