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시 29분께 경북 봉화군 봉하읍 야산에서 불이 났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 7시께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산림청이 발표한 ‘2022년 경북·강원 대형 산불 시사점 분석 및 개선대책’은 ‘산불예방 숲가꾸기’ 2배 확대, 연 350㏊ 규모의 내화수림대(불에 강한 활엽수 등의 지대) 조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최근 강원·경북 일대의 산불 대책으로, 방안대로라면 산림 내 임도(산림관리용 길)도 2030년까지 현재 157㎞에서 6357㎞로 확대되고, 물을 가둬두는 사방댐은 2027년까지 63곳이 추가 설치된다. 산불 진화용 헬기도 대형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산불 핑계로 숲가꾸기, 토목사업 예산을 증대하려는 산림청”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 “기후변화 탓만 하지 말라”
지난달 9일 가량 경북·강원 등 동해안 일대를 휩쓴 산불로 피해를 본 산림 면적은 2만923ha로, 축구장 약 3만개, 서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그러나 막상 산림청이 내놓은 대책을 반기는 이들이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는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헬기가 부족했다면 불의 흐름과 헬기 운용을 분석한 결과가 있어야 하고, 임도가 부족했다면 임도의 위치와 산불의 관계가 분석되어야 한다. 숲가꾸기가 덜 되어 문제였다면 숲 가꾸기 위치와 산불의 관계를 분석하고 알려야 하는데 자료도 없고 분석도 안 됐다”고 비판했다. 실제 대형 산불이 나면 헬기의 크기나 임도의 너비, 사방댐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단 분석도 내놓았다. 홍 교수는 “대형 산불은 1㎞씩 불씨가 날아가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도 불이 번진다”고 했고, “경북 울진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한 결과 산불 방지 숲가꾸기 사업을 한 숲은 모두 불탔다”며 숲가꾸기 사업의 허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울진·삼척 산불 발화지점에서 울진군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림청 관계자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합동으로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은 지난달 산불 당시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의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 교수는 최근 <환경과 조경> 기고를 통해 중국과 일본의 산불 추세를 볼 때 한국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세게 받고 있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산불 피해면적을 위성 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2003~2016년까지 줄어드는 추세이고, 일본 산림청이 공개한 1947~2019년까지 연도별 산불 발생 건수도 1980년대 들어 산불이 줄어 최근에는 1000건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해양성 기후를 고려해도 1970년대 연간 8천건에서 급감한 것은 유독 기후변화의 심화 추세를 역행하는 셈이 된다. 홍 교수는 “한·중·일 포함 세계 각국이 숲을 관리하지만 한국만 하는 것은 천연림을 ‘보육’한다는 이름으로 나무를 솎아베는 일”이라며 “백두대간같이 깊은 산이나 손을 대지 않는 국립공원은 불이 나지 않는다. 2019년 속초·고성 산불 때에도 국립공원은 불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는 기후위기로 산불 위험이 증가하리란 경고를 하면서도 한국은 60년 후에도 안전한 지역 중 한 곳으로 분류했다.
홍 교수는 “(산림청의 숲가꾸기는) 척박한 숲에서 자란 소나무가 토양에 양분을 만들고 다소 습한 참나무 중심의 활엽수림으로 변화하려는 자연적 천이 과정을 막은 것”이라며 산불 발생 원인을 인위적 숲가꾸기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숲가꾸기 정책은 키가 크고 곧게 자라는 나무가 목재 생산에 용이하기 때문에 그런 생장 모습을 보이는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 위주로 숲을 가꿔왔다. 그 과정에서 토양의 수분량이 줄어 산불에 취약해졌다고 홍 교수는 주장한다. 이런 점들을 아울러 홍 교수는 산림청을 두고 “견제받지 않은 권력, 반성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산림청 “대형 산불 대비 인프라는 필요, 산불 난 곳도 천연림” 반박
홍 교수와 환경단체 지적에 산림청은 <한겨레>에 “현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다를 수 있다. 대형 산불의 기준이 현재 피해면적으로 100㏊인데, 그 기준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처럼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도 산불이 발생하니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비나 기술적 문제를 이야기한 측면이 있다. 임도는 숲가꾸기 뿐 아니라 진화 차량과 인력의 접근로로서의 역할을 하는 식”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산림청은 숲가꾸기의 긍정적 면을 강조했다. 산림청은 “영동 지역의 소나무는 천연림으로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이 아니고 소나무가 살 수 있기 때문에 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과 중국의 산불 감소에 대해서는 한국의 겨울철과 봄 가뭄 심화 등 이상기후가 더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외국 논문 “자연림, 산림 복원 능력 더 우수…목재 생산과 환경 ‘가치 절충’ 필요”
산림 관리는 모든 국가의 과제이다. 지난달 중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중국 베이징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의 논문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다양성 기여와 대조적인 산림복원 접근법의 절충’에도 그 고민이 담겨있다. 한국을 포함한 53개국에서 수행된 264개 연구기록을 분석한 연구진은 숲의 주요 기능인 탄소 저장, 토양 침식 예방, 물 공급, 목재 생산 4가지 측면의 이익을 조사한 결과, 다양한 나무가 함께 생장하는 자연상태의 숲이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하고 토양 침식을 예방하며 근처 개울에 물을 더 많이 공급한다고 정리했다. 다만 목재 생산 효율은 자연림이 떨어졌다.
제1저자인 팡위안 후아 중국 베이징대 생태연구소 박사(전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원)는 “나무 목재 생산을 위한 숲 조성은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데 좋지 않다. 산림복원 계획의 목표가 목재 생산을 포함한다면 환경과 생산 사이 절충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식목일 기념 긴급 토론회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산불 대응 전략’이 열렸다. 환경재단 제공
5일 식목일을 맞아 산림청·소방청·경상북도·강원도·환경재단· 주최로 열린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위험 증가 대응을 위한 발제와 토론회’에서는 빗물의 중요함이 강조됐다. 지난달 동해안 산불은 방화로 시작했으나, 건조한 날씨와 적은 강수량이 더해지면서 피해를 키웠으므로 토양의 수분량을 늘리기 위해 빗물을 저장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모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슬로바키아의 미카엘 크라빅 비영리재단 사람과물 이사장은 “(2005년 발생한 대형 산불 당시) 빗물이 모여 수분이 남아 있도록 5000개가 넘는 지표수 보존 장치를 구축하고 나무 7종을 심어 숲을 복원했다”며 갈수기 산불 방지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환경연합은 동해안 산불이 발생한 뒤인 지난달 9일 산불로 훼손된 산림 생태계 복원 방법을 두고 현재의 숲 관리 목표와 방식을 점검하는 공론의 절차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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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33945.html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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