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서쪽에서 유입된 황사의 영향으로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일대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연합뉴스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인 대기정체 발생일이 21세기 말에는 최대 58%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상청은 1일 “우리나라 겨울철과 봄철에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인 대기정체 발생일이 현재처럼 온실가스 고농도 배출이 지속될 경우 21세기 후반기에는 현재보다 최대 58%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은 격자 간격이 25㎞인 고해상도 동아시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기정체지수를 적용해 분석했다. 대기정체는 바람이 약해 공기가 잘 이동하지도, 확산하지도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기상학계에서는 지상과 대기 상·하층의 바람 등 기상요소를 사용한 대기정체지수로 대기정체 정도를 나타낸다.
미세먼지 발생과 대기정체 현상이 겹치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지난 2001∼2014년 전년도 12월부터 당해년 5월까지 서울지역에서 대기정체가 나타난 날(대기정체지수 1 이상) 닷새 가운데 나흘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PM10 50㎍/㎥ 이상)이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와 유사하거나 높은 고탄소 시나리오(SSP3-7.0과 SSP5-8.5)에서 대기정체 발생일이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 39.5∼41.5일 발생해, 현재(26.2일)보다 51∼5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저탄소(SSP1-2.6) 시나리오와 배출량을 서서히 감축하는 중간단계(SSP2-4.5) 시나리오에서도 대기정체는 각각 28.1일과 35.3일이 발생해 현재보다 7∼3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거나 증가하면 대기정체가 지속되는 기간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고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21세기 후반기 대기정체 지속일은 2.7∼2.8일로 현재(2.2일)보다 24∼28%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저탄소와 중간단계 시나리오에서도 2.4∼2.5일로 현재 대비 10∼14%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대기정체를 발생시키는 기상조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더라도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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