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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온실가스가 대기에 가둔 열량, 1990년 견줘 50% 더 많아

등록 2022-05-31 16:21수정 2022-05-31 16:32

미 해양대기청 ‘연간온실가스지수’ 연례 보고서
이산화탄소 2.6ppm 증가…메탄 최근 급증 주목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지난해 ‘연간온실가스지수’(AGGI)가 1.49로 산출됐다. 온실가스로 인해 대기에 갇힌 열량이 1990년에 비해 49% 늘어났다는 의미다. 픽사베이 제공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지난해 ‘연간온실가스지수’(AGGI)가 1.49로 산출됐다. 온실가스로 인해 대기에 갇힌 열량이 1990년에 비해 49% 늘어났다는 의미다. 픽사베이 제공

지난해 온실가스가 대기에 가둔 열량은 1990년에 비해 50%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산화탄소가 전체 열량 증가의 80%로 가장 큰 책임이 있고, 메탄은 온실가스 중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노아)은 최근 발표한 ‘연간온실가스지수’(AGGI) 연례보고서에서 “2021년 연간온실가스지수는 1.49로 1990년 1.0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가 대기에 가둔 열량이 50%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노아는 2006년부터 정책결정자, 교육자와 대중이 장기간에 걸쳐 온실가스의 축적된 영향을 이해하도록 돕는 방안으로 연간온실가스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지수는 산업화 이전인 1750년을 기준(0)으로 삼았으며, 1990년에 1.0에 도달한 것으로 설정했다. 노아는 ‘지구온실가스기준네트워크’(GGGRN) 가운데 80여 관측지점에서 공기 샘플 수천개를 모아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프레온가스(염화불화탄소)와 16개 화학물질을 분석해 연간온실가스지수를 산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면도와 제주 고산 두 곳의 기후변화감시소에서 채집한 공기와 노아가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서 직접 채취한 공기가 샘플로 제공된다. 애리얼 스테인 노아 지구감시연구소(GML) 소장 대행은 “연간온실가스지수는 인간이 유발하는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알려준다. 측정 결과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점점 더 명백해짐에도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들이 빠른 속도로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온실가스별 연간온실가스지수(AGGI)와 복사강제력(Radiative Forcing)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온실가스별 연간온실가스지수(AGGI)와 복사강제력(Radiative Forcing)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이산화탄소가 열 증가 80% 책임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지난해 전 지구 평균 농도는 414.7ppm이었다. 지난해 연간 증가율은 2.6ppm으로 지난 10년(2011∼2021년) 평균 2.4ppm과 비슷하지만 1980년대(1.6ppm)과 1990년대(1.5ppm)와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측정을 시작한 1979년부터 지난해까지 42년 동안 연평균 증가 농도는 1.88ppm이다.

온실가스가 지구를 얼마나 달구는지를 알기 위해 복사 강제력으로 변환한 결과를 보면, 이산화탄소는 1990년에서 2021년 사이 증가한 49% 가운데 80%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사 강제력은 지구가 흡수하는 햇볕 에너지 양과 이 가운데 다시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차이를 말한다. 온실가스가 우주로 다시 나가는 에너지를 가둬 지구온난화가 일어난다. 복사 강제력은 1990년에서 2021년 사이 1㎡당 1.06W(와트)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1㎡당 0.85W가 이산화탄소 때문에 늘어난 것이다.

피터 탄스 지구감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산화탄소는 수천만년 동안 대기와 해양에 머물며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기여 요인이다.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모든 노력의 최우선적이고 핵심적인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1970년대 이후 주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염화불화탄소)의 농도 변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1970년대 이후 주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염화불화탄소)의 농도 변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메탄 급증은 온난하고 습해진 습지가 원인

최근 기후과학자들한테 던져진 중요한 과학적 질문은 메탄이 왜 급격하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지이다. 지난해 대기중 메탄 농도는 전 지구 평균 1895.7ppb였다. 이는 산업화 이전 대비 162% 수준이다. 지난 2009∼2015년에는 연간 6.9ppb가 증가했으나 2016∼2021년에는 연평균 10.8ppb가 늘었다. 2020년에는 연간 증가량이 15.29ppb였으나 지난해에는 16.94ppb로, 측정을 시작한 1980년대초 이래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메탄 배출량은 1984∼2006년 기간에 비해 15% 증가한 것이다.

메탄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요인 가운데 ‘넘버투’다. 산업화 시대 이래 메탄의 기후변화 영향은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2007년 이후 메탄이 급증하고 있지만 원인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노아 과학자들은 대기중 메탄의 동위원소 구성 변화가 습지와 농지, 쓰레기매립장 같은 미생물 공급원이 지배적 동인임을 시사한다고 결론지었다.

지구감시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의 ‘환경과학공동연구소’(CIRES) 연구원인 신 란은 “습지는 온난화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지구 강수량 변화 때문에 더 많은 메탄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이를 직접 제어할 수는 없다. 화석연료 배출이 메탄 농도에 기여하는 정도는 작지만 기술적으로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후 대응의) 절대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노아)의 ‘지구온실가스기준네트워크’(GGGRN). 세계 80여 곳에서 채취한 공기 샘플로 ‘연간온실가스지수’(AGGI)를 산출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노아)의 ‘지구온실가스기준네트워크’(GGGRN). 세계 80여 곳에서 채취한 공기 샘플로 ‘연간온실가스지수’(AGGI)를 산출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아산화질소는 비료 사용에서 비롯돼

치과 등에서 마취제로 쓰이는 이른바 ‘웃음가스’인 아산화질소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산화질소는 에너지 수요가 아니라 인구 팽창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아산화질소는 주로 농업과 식량생산,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지탱하기 위한 비료 사용에서 비롯된다.

아산화질소는 지난 10년 동안 연 1.0ppb의 증가세를 보여 측정 기간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과학자들은 분만 때 진통제로 사용하는 아산화질소의 기후변화 영향에 대해 임산부들한테 설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과학저널 <오스트랄라시아 마취>에 싣기도 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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