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지난해 자연산 대서양 연어 조어량이 역대 최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스코틀랜드에서 기후변화로 자연산 연어와 송어의 조어량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30년 사이 ‘국민생선’이 자리바꿈을 하는 등 온난화 영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스코틀랜드 정부가 발표한
수산물 자료를 보면 지난해 스코틀랜드 강에서 잡은 대서양 연어는 3만5693마리로, 기록을 시작한 1952년 이래 가장 적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의 75%에 불과하다. 연어와 서식지가 같은 바다송어 또한 지난해 사상 최저인 1만2636마리가 잡혔다. 역시 5년 평균의 77%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봄철 코로나19 봉쇄 영향을 받았지만 연어와 송어의 급감은 추세가 달라진 건 아니다. 코로나 전인 2018년 이미 야생 연어는 역대 최저인 3만7600여마리를 기록했다. 2010년만 해도 연어 조어량은 11만1400여마리에 이른다.
어업 전문가들과 생태학자들은 야생 연어와 송어가 많은 포유류와 조류한테 매우 중요한 어종이어서 이들 숫자가 줄어들면 수달, 물수리, 비오리 등 다른 생명체에 피해를 줘 생태계가 위험해진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연어는 수온과 수질에 매우 민감해 연어 숫자의 감소는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양식업과 산업활동 등과 명백하게 관련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연어 등의 보존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인 ‘
스코틀랜드어업관리’(FMS)는 최근 스코틀랜드 정부에 연어 자원을 강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앨런 웰스 스코틀랜드어업관리 대표는 “최근 통계수치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정부가 기존 약속을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지난 1월 수질을 개선하고 보전법 시행을 검토하며 해양보존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1990년대 이후 스코틀랜드 낚시꾼들은 조어인 및 낚시 안내인 단체가 만든 자율 규제에 따라 잡은 고기를 87∼99% 강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오징어 배가 잡아온 오징어가 가득한 가운데 어민들의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스코틀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연안의 기온과 해양 표층수온의 상승에 따라 주요 서식 어종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류성 어종(냉수어종)은 씨가 마르고, 반면 난류성 어종(온수어종)은 크게 늘어났다.
김종규 계명대 공중보건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내학술지 <재난정보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최근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거의 멸종돼 전혀 잡히지 않는 데 비해 난류성 어종인 멸치와 오징어 어획량은 크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갈치, 명태, 참조기, 고등어, 꽁치, 멸치, 오징어 등 7개 어종의 1981∼2010년 어업 생산량을 조사했다. 또 어획량의 변화와 우리나라 해안의 표층수온 및 평균기온, 강수량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7개 어종의 총 어획량은 1986년까지는 증가하다 점차 줄어들어 2010년(113만톤)에는 1981년(152만톤)에 비해 25.8%가 감소했다. 30년 사이 어종에도 변화가 생겨 1981년에는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가 멸치, 명태, 갈치 순이었는데 2000년에는 오징어, 멸치, 고등어 어획량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2010년에는 순서가 바뀌어 멸치, 오징어, 고등어 순이 됐다. 통계청의 ‘2020년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에는 멸치, 고등어, 갈치로 순서가 또다시 바뀌었다.
어획량을 비교해보면 1981년에 비해 2010년 갈치(-40.1%)와 명태(-100%)는 크게 감소하고 오징어(340.6%)와 멸치(135.4%)는 크게 늘었다.
연구팀은 “최근 들어 근해 해역에서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은 증가하고 명태 같은 한류성 어종은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난류성 어종인 갈치가 크게 줄어든 것은 기후 요인 외 다른 요인이 있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이 어획량과 기온 및 강수량 등 기후 요인과의 관계를 10개년 이동평균해 상관분석한 결과 갈치와 명태는 표층수온과 음의 상관관계를, 멸치와 조기, 오징어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기의 경우 강수량과도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기온 상승에 따라 가장 뚜렷한 변화를 보인 어종은 명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 연간 어획량이 16만톤에 이르렀던 명태는 1990년 1만톤으로 줄어들었다 2004년에는 100톤 미만으로까지 떨어졌다. 2008년에는 급기야 어획량이 0으로 기록됐다.
한류성 명태가 사라진 자리를 지금은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오징어 어획량은 16만톤에 이르러 30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종규 교수는 “현재 추세로 수온 상승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한류성 어종은 점차 줄어들고 난류성 및 아열대 어종의 비중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온난화가 어류는 물론 식량공급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