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수성못 광장에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과 3일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연 이틀 33.3도가 관측됐다. 지금까지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꼽히고 있는 2018년 6월24일에 관측된 32.7도보다 0.6도나 높은 기록이다.
8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 6월1일∼7월7일 기간의 자료를 분석해보니, 전국 평균 최고기온이나 폭염·열대야 일수에서 올해가 지금까지 가장 더운 여름이 닥친 해로 꼽히는 1994년과 2016년, 2018년 3개 해의 기록을 모두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초중순에는 전국 최고기온이 3개 해보다 낮았지만 6월 하순 장마 시작과 더불어 폭염이 닥치기 시작하면서 평균 최고기온이 3개 해를 모두 뛰어넘기 시작했다. 기상청 중기예보를 보면, 이런 추세는 적어도 충청 이남 지역에서는 7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일수도 올해 6월에는 전국 평균 1.6일이나 기록돼 2018년(1.5일), 2016년(0.1일), 1994년(0.9일) 세 해보다 많았다. 7월 들어서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2.9일에 이른다. 이는 7월 전체 폭염일수의 30년 평균 4.1일보다 불과 하루 정도 적은 것이다.
그동안 가장 더웠던 3개 해에도 6월에는 열대야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올해 6월에는 이미 1.2일을 기록했고 이 달 7일까지 1.8일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장마기간에 폭염이 겹쳐 열대야가 유독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올해 이른 폭염이 닥친 원인에 대해 4가지 요인이 겹친 것으로 설명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일찍 확장해 그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열기가 유입됐고 △제4호 태풍 ‘에어리’가 북상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됐고 △제3호 태풍 ‘차바’가 중국 남부 내륙으로 상륙해 소멸하면서 남긴 뜨거운 수증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불어들고 △간헐적으로 북쪽의 건조한 공기가 남하해 고기압을 발생시켜 햇볕에 의해 가열되는 등 이 4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록으로는 올해 7∼8월에 2018년이나 2016년 때처럼 우리나라 대기 상층에 티베트고기압 중심이, 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 중심이 자리해 우리나라에 열돔이 형성된다면 최악의 폭염이 닥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이번 주말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최고체감온도가 33~35도 안팎으로 오르면서 매우 덥고, 밤사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많겠다”고 밝혔다.
이날도 강릉(28.5도), 포항·제주(28.4도), 대구·울산(27.1도) 등 전국 많은 지역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지난 6일 대구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육군 50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병들이 휴식 시간에 열기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9일 아침최저기온은 21~25도, 낮최고기온은 28~34도, 10일에는 아침최저기온은 23~25도, 낮최고기온은 27~35도의 분포를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9일 낮부터 저녁 사이에는 강원 산지에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5∼40㎜의 소나기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정체전선 영향으로 11~12일은 전국에, 13~15은 중부지방에 비가 오겠다”고 밝혔다. 장맛비가 옴에도 다음주에는 아침기온이 22~26도, 낮기온은 27~34도로 이번주와 비슷한 분포를 보여 폭염과 열대야는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