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민감한 기후위험은 인간의 감염성·병원성 질환의 58%를 악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뎅기열, 간염, 폐렴, 말라리아, 지카 등 인간의 감염성·병원성 질환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와이대와 위스콘신대, 스웨덴 구텐버그대 등 공동연구팀은 14일 “온실가스 배출에 민감한 온난화, 가뭄, 폭염 등 10가지 기후위험과 인간의 감염성·병원성 질환의 전파 경로 등을 다룬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잘 알려진 인간의 감염성·병원성 질환의 58%(375가지 중 218가지)가 기후변화로 더욱 악화된 것 분석됐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인간 건강에 위험이 커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렸다.(DOI :
10.1038/s41558-022-01426-1)
기후위험이 감염 유형을 통해 질환을 악화시키는 경로. 선의 굵기는 고유한 감염성 질병의 수를 나타낸다. 색상은 질병과 비례해, 어두운 색상은 많은 양을 나타내고 밝은 색상은 적은 양을 나타낸다. 숫자는 고유한 감염성 질병의 수를 나타낸다. ‘네이처 기후변화’ 제공
연구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에 민감한 10가지 기후위험이 각각의 인간 병원성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험적 사례를 조사했다. 기후위험에는 온난화, 가뭄, 폭염, 산불, 극심한 강수량, 홍수, 폭풍(태풍), 해수면 상승, 해양의 생물지화학적 변화, 토지 피복 변화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모든 감염성과 병원성 질환과,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위험을 조합한 사례를 선별하기 위해 7만개 이상의 과학 논문을 검토했다.
기후위험은 사람들이 병원체와 더 가까워지도록 한다. 예를 들어 온난화와 강수량 변화는 모기, 진드기, 벼룩, 새와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매개체의 활동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들 매개체로 뎅기열, 치쿤구니아, 흑사병, 라임병 등이 더욱 확산할 확률이 커졌다. 또 기후위험은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사람들의 이동을 통해 병원체와 새로 접촉하거나 더 자주 접촉하도록 만든다. 예를들어 폭풍(태풍), 홍수, 해수면 상승은 렙토스피라증, 크립토스포리디움증, 라사열, 콜레라, 살모넬라증, 폐렴 등의 위험에 인류를 더 노출시키는 인구 이동을 초래했다.
기후위험은 매개체의 번식에 적합한 기후를 만들어주고 수명 주기를 짧게 해주며 인간이 매개체에 노출되는 계절 길이를 늘여준다. 온난화는 모기 개체수를 증가시키고 생존기간과 바이러스 복제 능력을 늘려줘, 웨스트나일바이러스의 전염 효율을 높였다.
논문 제1저자인 카밀로 모라 하와이대 지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광범위하고 만연한 유행을 볼 때 온실가스 배출의 결과로 인류 건강이 취약해진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며 “우리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질병과 전염 경로가 너무 많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