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유럽의 녹색수도로 선정된 덴마크 코펜하겐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천국 같은 도시다. 코펜하겐의 면적(88㎢)은 서울시(605㎢)의 7분의 1가량이지만 도시 안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400㎞가 넘는다. 코펜하겐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와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꼽히는 자전거의 생산량이 자동차를 앞섰지만 실제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인이 덴마크 사람들처럼 하루 1.6㎞를 자전거로 이동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영국의 연간 배출량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덴마크 남덴마크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21일 “1962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자전거 생산과 이용률을 분석한 결과, 세계 자전거 생산은 53년 만에 6배 증가해 자동차 증가보다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은 5%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네이처> 자매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38/s43247-022-00497-4)
연구팀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4분의 1은 수송 부문에서 배출되며, 절반은 승용차에서 발생한다. 전기자동차, 경량화, 에너지효율 향상 등 승용차 제작 기술이 개선되고 있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불충분하다. 걷기에는 멀고 차를 타기에는 짧은 단거리 이동에 승용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평균 성장률 자전거 3.4% vs 자동차 3.0%
1970년대 이후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세계 자전거 생산량은 1962년 2070만대에서 2015년 1억2330만대로, 연평균 3.4%의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자동차 생산은 1962년 1400만대에서 2015년 6860만대로 연평균 증가율이 3.0%였다.
자전거 생산은 1990년대 일시 정체를 보이다가 2000년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 몇 년 동안 연 1억1100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62년부터 2015년까지 총 자전거 생산량은 46억5천만대로,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2.4배에 이른다.
2015년 중국은 세계 자전거 생산의 3분의 2(65.7%)를 차지했다. 미국은 1975년까지 세계 최대 자전거 생산국이었지만, 2002년 이후 중국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중국 다음으로는 브라질(5%), 인도(4%), 이탈리아(2%)와 독일(2%)이 세계 생산의 일부를 맡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생산량과 보유량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자전거 보유 상위 5개국은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독일로,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1980년대 62%에서 1999년 중국의 사이클링 붐으로 68%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중국에 자동차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자전거 보유 1위 나라(전체 24%)이다. 세계 자동차 보유 대수는 1962년 1억대에서 2015년 11억대로 크게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1인당 자전거 보유 대수는 대부분의 국가, 특히 산업화된 국가에서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보다 많다. 세계 1인당 자전거 소유 대수는 1995년까지 계속 증가해 현재는 1인당 약 0.29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인당 자전거 보유 대수는 유럽 국가 특히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가 가장 많아 1인당 1대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덴마크는 인구의 95%가 최소 1대를 갖고 있어, 1990년 이후 네덜란드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1인당 자전거 보유가 많은 이유는 교육을 통해 자전거 문화를 육성하고 기반시설을 잘 갖췄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반면 저소득 또는 중간 소득 국가들 자전거 소유 비율은 평균 이하였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아 2015년 1인당 0.95대를 소유했다. 우리나라 1인당 자전거 소유 대수는 약 0.5대이다.
연구팀이 60개국의 자전거 보유율과 이용률을 비교한 결과 자전거를 많이 보유했다고 이용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분석에서 대부분 국가에서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해 평균 5%가 채 안 됐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와 덴마크처럼 소득이 높고 자전거 소유율이 높은 국가에서 자전거 이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도 자전거 문화, 높은 환경 인식, 잘 발달된 자전거 기반시설, 평평한 지형 등 이들 국가의 특성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세계 1위의 자전거 이동수단 이용률(20% 이상)과 자전거 소유율(1인당 1대 이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춥고 언덕이 많은 노르웨이와 건조하고 더운 쿠웨이트는 자전거 이동수단 이용률은 5%에 불과한 데 비해 자동차 이용률은 각각 64%, 49%에 이른다. 자전거 사용을 일상적인 이동수단보다 여가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도 자전거 이동수단 이용률은 1%에 지나지 않고 자동차 이용률은 각각 80%, 78%에 이르렀다.
한국은 자전거 이용률은 2%, 자동차 이용률은 30%인 데 비해 일본은 자전거 이용률이 19%에 이르지만 자동차 이용률은 14%에 불과했다. 일본처럼 자동차 소유는 높지만 자동차 이동수단 이용률이 낮은 스위스, 체코 등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발달해 있다.
연구팀은 또 자전거 보유 대수가 비슷한 국가들 사이에서는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이와 브라질, 러시아 등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국가들에서는 자전거가 위험하다고 인식돼 상대적으로 자전거 이용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자전거 도로 등 기반시설 확장이 자전거 이동수단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동안 도로 공간을 잠정적으로 재분배했을 때
자전거 이용이 급증한 데서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하루 자전거 2.6㎞ 타면 자동차 CO₂ 배출량 20% 줄여
연구팀은 “세계인 모두가 덴마크 사람들처럼 날마다 1.6㎞를 자전거로 이동하면 연간 약 4억1400만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영국 연간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사람들처럼 하루 자전거 이동거리를 2.6㎞로 늘리면 탄소 배출량을 6억8600만톤까지 줄일 수 있다. 독일 연간 탄소 배출량의 86%에 해당하고, 2015년 세계 자동차 탄소 배출량의 20%에 이른다.
연구팀은 또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국가의 성인 비만 비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비만의 유병률은 다른 많은 요인에서 비롯하지만 성인 비만 유병률과 자전거 이용 비율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은 자전거 사용을 늘리면 잠재적으로 건강에 이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세계인이 덴마크와 네덜란드처럼 자전거를 이용하면 각각 34만명과 62만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