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창원 북부리 팽나무. 문화재청 제공
“‘우영우 팽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되면 엄청 좋아진다? 천연기념물이 된다고 나무 상태가 좋아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과잉보호로 더 안 좋아진 사례도 있어요.”
2022년 8월9일 경기도 하남에서 만난 정종수(사진) 한국수목안전진단협회장이 말했다. 그는 1975년 산림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2006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센터장으로 퇴임하기까지 산림청과 문화재청에서 관련 일을 해온 노거수(수령이 많고 커다란 나무) 전문가다.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나무 170여 그루에 대해 최근까지 10차례 이상 조사, 안전진단, 기술지도 등을 했다. 2013~2017년 문화재청이 위촉하는 문화재위원을 지냈다.
정 회장은 “천연기념물 노거수를 직접 보면 차라리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복토 등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대로 둔 채 예산에 맞춰 약을 치고 거름을 주는 건 나무에 안 좋다. 나무에 과다한 영양제를 주면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고 그 자체로 태풍에 부러질 수도 있어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를 검토하는 강원도 강릉 오죽헌 율곡매를 예로 들며 천연기념물 관리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남 구례 화엄매, 순천 선암매, 장성 고불매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매화로 꼽히는 율곡매는 2017년 갑자기 수세(나무가 자라나는 기세나 상태)가 약해지더니 2021년 나무의 90%가량이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율곡매는 주변 땅을 파보니 밑으로 하수관 등 여러 종류의 석물(돌) 위에 (나무가) 얹혀 있는 상태였다. 물 부족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천연기념물이라고 약도 주고 자주 관리했지만 정작 중요한 땅 조사는 못했던 것이다. 상태가 악화되면 기술자를 불러서 나무 상태가 어떻냐고 물어보고, 그땐 이미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는 게 지금의 노거수 관리다. 건축·토목 쪽에서 하는 사후 복구 방식을 살아 있는 생명에게 적용한다. 사전 예방 중심으로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노거수 등에 흔히 쓰는 ‘외과수술’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외과수술’은 나무의 썩은 부위를 맨살이 나올 때까지 긁어서 우레탄 같은 것으로 채워 넣는 방식으로, 썩는 걸 지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나무는 부패(상처)를 구획화(CODIT·코디트)해 스스로 보호한다는 사실이 1979년 확인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가 외과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 문제는 외과수술 뒤 수년이 흘러야 나무에 이상이 생긴다는 점이다. 문화재청도 조사한 바 있지만, 벚나무·팽나무·버드나무류 등은 파고드는 종류의 해충 피해가 심해 외과수술을 하면 병균에 더 좋은 상태(산소·습도)가 된다. 서울 여의도동 윤중로에 외과수술을 받은 뒤 썩어가는 왕벚나무들이 그 증거다.”
정 회장은 “지금 노거수 관리 체계는 ‘국가유산관리청’과 같은 식의 관리 공단을 만들거나 전국 문화재연구소를 이용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된 지침 개발이 가능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다. 그래야 장기적인 접근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나무의 구멍이나 상처는 노인의 주름처럼 자연스러운 것인데 잘 모른 채, 불편해하고 민원을 넣는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글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