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후행동의 활동가들이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반기후 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한전) 산하 6개 발전공기업들이 ‘재정 건전화’를 이유로 최소 2조1천여억원 규모의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투자를 축소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발전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한전 산하 6개(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발전자회사로부터 각각 제출받은 ‘2022~2026년 재정건전화계획’ 자료 등을 보면, 이들 회사는 2026년까지 최소 2조1751억원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각 발전사의 재정 건전화 계획에서 명시적으로 기술한 부분과 국외 사업 조정 관련 내용 등을 추가 확인해 집계한 액수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감축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부발전이다. 서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지분투자 축소와 철회 등으로 7614억원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동서발전도 신재생에너지 신규사업 철회 등 5031억원 규모의 사업을 축소할 계획을 세웠다. 한수원은 신재생에너지 신규사업 철회 등 모두 2929억원, 남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지분투자 절감 등 2581억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남동발전은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2244억원을 줄이고, 중부발전은 1352억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투자 감축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발전자회사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발전공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때에 관련 사업과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코드 맞추기’로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용민 의원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데, 이들 기업이 윤석열 정부에 코드 맞추기를 하며 오히려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포기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통해, 지난해 정부가 확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견줘 203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을 32.8%로 8.9%포인트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5%로 8.7%포인트 줄이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발전자회사 중 신재생에너지 투자 감축 규모가 가장 큰 서부발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이번 정부에서는) 그쪽(신재생)보다는 정부 운영 방향이 부채를 과도하게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어서 관련 사업투자를 축소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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