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발전 연료비 급등에 따른 재무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화 채권 발행을 확대하려는 가운데 해외 기후단체들이 한전 채권 불매운동에 나섰다.
한전은 올 상반기까지 14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지난달 말까지 운영자금 등 확보를 위해 19조3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전은 이 가운데 약 8억달러(1조원)를 지난 6월 해외에서 외화채를 발행해 조달한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외화채 발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기후환경단체들이 채권 시장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결성한 ‘톡식 본드 이니셔티브’가 한전의 이런 계획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다. 이 단체는 최근 세계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블랙록과 뱅가드 등 총 74곳의 글로벌 금융사와 기관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한전 발행 채권을 매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한전은 역대 최악의 재정 위기를 겪고 있고, 손실 대부분은 한전이 화석연료인 석탄과 가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며 “한전은 근본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보다 확고한 압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톡식 본드 이니셔티브를 이끄는 미국 기반 기업감시 단체 섬오브어스(SumOfUs)의 캠페인 매니저 닉 헤인스는 “한전의 재정적 손실은 화석연료 구조에서 기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 투자자들로부터 구제금융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전과 발전 부문 자회사들이 1.5°C 목표에 부합하는 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공개할 때까지 투자자들이 한전의 해악적인 채권에 보이콧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한을 발송한 74개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오는 23일까지 답변을 받아 공개하고 한전 채권 불매 의사를 밝히지 않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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