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아마존 열대우림 등 삼림의 나무들에만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 도시 속 나무들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 웨스턴시드니대 연구팀은 20일 “세계 여러 나라의 164개 도시에서 나무들의 기후적응 상태를 조사해보니 절반 이상이 온난화와 가뭄을 견딜 수 있는 한계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는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연구 결과를 실었다.(DOI :
10.1038/s41558-022-01465-8)
도시의 숲은 증발산 과정을 통해 도시를 식히는 기능을 한다. 토양 표면에서 물이 증발하는 발산과 나무나 관목이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고 잎에서 물을 방출하는 증산을 통해 물이 배출되면, 물 분자가 액체에서 증기로 기화하면서 도시 표면의 열을 흡수해 냉각을 시킨다. 도시 숲은 이밖에도 그늘과 여가활동 장소를 제공하는 구실을 한다. 도시 숲의 도움을 계속 받으려면 나무들이 기후변화에 잘 견뎌야 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시나무들의 현실은 비관적이다. 연구팀은 우선 세계 473개 도시 지역에서 4734종의 나무와 관목 종을 수록한 ‘지구 도시나무 목록’을 사용해 종별 기후 내성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온도는 특정 종이 심어진 모든 도시 지역의 95%가 연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일 경우 이 온도를 그 종이 견딜 수 있는 온도임계값 상한으로 정했다. 같은 방법으로 가장 건조한 분기의 강수량, 가장 추운 달의 온도 등 다양한 기후 변수에 대해 상하한의 임계값을 구했다.
연구팀은 설정한 임계값을 세계 78개국 164개 도시에서 발견된 3129개 종의 나무와 관목 종에 적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종의 절반 이상(53%)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도시 기후 허용 한계를 벗어나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 임계값을 초과한 종은 56%에 이르고, 강수량 한계를 넘어선 종은 65%에 이르렀다. 논문 주저자인 마누엘 에스페론-로드리게즈 웨스턴시드니대 호크스베리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위험에 놓였다는 말은 이 종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기후 조건을 경험하고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나무들이 죽을 것 같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미래 기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에서는 더 비관적이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돼 배출량이 2080년께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대표농도경로(RCP) 6.0’에서 76%(2387종)는 온도에서, 70%(2220종)는 연 강수량 측면에서 위험에 놓일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또 도시별 분석에서 기후변화에 취약한 뉴델리와 싱가포르 같은 저위도 도시에서 도시나무의 위기가 가장 클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황강닝 중국 상하이 뉴욕대 교수는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은 ‘
뉴스앤뷰스’에서 “연구팀은 미래 도시 성장에 따른 온난화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 향후 30년 동안 세계 도시 인구는 20억∼30억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이 보고한 도시나무들의 기후 위험은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