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는 깨끗한 음악 스트리밍을 원합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며 동시에 지구에 미안함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케이팝 팬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모인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은 29일 국내 주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바이브, 플로, 지니, 벅스 등에 국내외 케이팝 팬 1만여명의 청원과 성명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 6월부터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관련 기사: 케이팝 팬들 “탄소 배출 걱정 없이 ‘스밍’ 하고 싶어요”)
흔히 음악 산업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으로 플라스틱 시디(CD)가 포함된 실물 음반 문제를 떠올린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행위도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탄소 배출과 관련이 깊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음악을 저장, 처리하는 데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이 지난 5~6월 국내외 케이팝 팬 1천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 절반 이상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컴백 시기에 하루 5시간 이상 스트리밍한다고 답했다. 이는 다른 음악 소비자들의 하루 평균 스트리밍 음악을 듣는 시간 137분보다 2배 이상 긴 시간이다(대학내일20대연구소, 2020년 전국 15~34살 성인 900명 조사 결과).
한 케이팝 팬이 캠페인 참여 차원에서 멜론 앱 평가 페이지에 남긴 글.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이에 케이팝포플래닛은 국내 음원 서비스들에 △재생에너지 100% 음원파일 상품 출시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비율 투명하게 공개 △2030년 재생에너지 100% 목표로 에너지 전환계획 공개를 요구한다. 이들의 청원에 53개국 케이팝 팬 1만여명이 참여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성명에서 “케이팝은 여느 때보다 높은 국제적 위상을 떨치고 있습니다. 케이 음악 플랫폼도 글로벌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기후위기에 발빠르게 응답하는 세계 기업들의 흐름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유튜브뮤직 등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를 이행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의 경우 모회사인 카카오, 네이버 등이 올해 들어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대부분 2040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 목표다.
케이팝포플래닛 이다연 활동가는 “최근 실물 음반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가 부각됐지만 스트리밍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고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보다 지속가능한 케이팝 산업을 위해서는 엔터사 뿐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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