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일 서울 종로구 도로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내리며 습도가 높아져 체감온도가 상승해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연합뉴스
2050년 탄소 순배출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고온 현상과 함께 호우나 가뭄이 닥치는 복합 극한 기후현상이 현재보다 많게는 120%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우리나라도 고온-호우 현상이 같은 달에 나타나는 경우가 21세기말에 7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민승기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17일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된 뒤 21세기 말에 온실가스 농도가 현재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우(SSP1-1.9 시나리오·재생에너지 사용 등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해나가는 시나리오)에도 고온-호우 또는 고온-가뭄 등 복합적인 극한 기후현상이 같은 달에 발생할 빈도가 현재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연구팀 연구 성과는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고온-가뭄(위)과 고온-호우(아래) 복합 극한 기후현상의 현재 기후 발생빈도(왼쪽)와 21세기 중·후반의 미래전망 공간분포(단위는 20년 동안 발생 월수). 한국기상학회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11개의 ‘접합 대순환 모델6’(CMIP6) 전지구기후모델 결과를 이용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같은 현재(2007∼2026년)와 미래(2080∼2099년) 기간의 복합 극한 기후현상 발생 빈도를 비교했다. 접합 대순환 모델은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진행중인 ‘접합 대순환 모델 상호 비교 사업’에서 기후예측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전지구 대기모형이다. 연구팀은 고온과 호우 현상은 각 5일 동안의 일 최고기온과 누적강수량이 현재의 상위 1% 수준을 넘을 때로 정의했다. 가뭄 현상은 90일 동안 누적강수량이 하위 1% 수준보다 적을 때로 정의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 수준으로 회복돼도 고온-가뭄 현상의 빈도는 남미, 유럽,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현재보다 40∼9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고온-호우 현상은 알래스카, 그린란드, 유라시아 중고위도 지역에서 현재에 견줘 40∼120%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를 이끈 성민규 박사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통해 21세기말 전지구 평균기온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더라도 많은 지역에서 고온과 가뭄, 고온과 호우가 함께 발생하는 일이 현재보다 잦아질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도 고온-호우 복합현상이 72%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상학회는 이번 가을학술대회에서 개정되는 장마백서 내용을 발표하고 기후위기 속 장마 표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