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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변화로 더는 ‘장마 아닌 장마’…“우기로 바꿔 부르자”

등록 2022-10-20 14:00수정 2022-10-20 16:52

기상청 <장마백서 2022> 발간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난 8월8일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난 8월8일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장마철 강수량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는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기후변화로 21세기 말에는 여름 강수량이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장마 이후에도 장마처럼 많은 비가 오는 경우가 일상화돼 여름철 강수 현상에 대한 새로운 표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은 20일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장마백서 2022>를 공개하고 “2000년대 들어 장마 강수 시작 시점이 조금씩 늦춰지고 종료도 늦어지는 경향이 있고, 올해처럼 장마 뒤 8월 초순에 2차 강수 피크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장마철 강수량은 줄어드는 추세인 데 비해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기상청의 장마백서는 1995년과 2011년에 이어 세번째 발간됐다. 장마백서는 장마를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에서 형성된 정체전선이 초래한 기상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미래에는 장마 강수량이 증가하고 강도는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장마백서 작성을 이끈 서경환 부산대 교수(환경과학과)는 “장마철 강수량이 가까운 미래(2020∼2039년)에는 최대 5% 증가하고, 21세기 말(2080∼2099년)에는 최대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은 “온난화가 진행돼 기온이 1도 올라가면 대기 중 수증기 함유량이 7%까지 늘어나 강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에서 2.0도 상승으로 온난화가 되면 강수량은 24%, 상위 10% 극한 강수는 20%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장마백서에는 장마와 관련한 최근 연구 내용이 정리돼 있다. 우선 동태평양 해수온에 양의 편차가 나타나는 엘니뇨 시기에 우리나라 장마 강수량은 감소하는 반면 해수온에 음의 편차가 나타나는 라니냐 때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봄철에 티베트 고원 북쪽의 유라시아 지역에 눈덮임이 많을 경우에 우리나라 여름철 장마 강수량이 증가했다.

<div style="border-top:2px solid #333; border-bottom:1px solid #333; position: relative;font-size:20px;font-weight:bold;color:#000; padding:5px 0;"><div>“장마, 우기로 바꿔 부를 필요”</div></div>

이날 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는 현재 사용되는 장마라는 용어가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진 강수 현상을 정의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마는 일반인에게는 “여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인식되는 반면 기상청과 기상학계는 다른 의미의 전문어 ‘장마’를 사용하면서 혼란을 일으켜왔다. 언론에서는 정체전선보다 장마전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마른장마’ ‘봄·가을장마’처럼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표현들도 자주 써 이런 혼란을 더해왔다.

실제로 <한겨레>가 최장 장마가 닥쳤던 2020년 6월1일부터 9월24일까지 12개 중앙 일간지 지면과 5개 방송사 영상 스크립트를 검색해보니, 장마전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와 영상은 2701건으로 정체전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712건에 견줘 네 배 정도로 많았다. 두 단어를 병기한 경우는 240건에 불과했다.

서경환 교수는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여름철 강수 피크가 자주 또 여러 차례 나타나고 7월말∼8월초 휴지기 이후 2차 강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처럼 휴지기 이전 시기만 정의하는 장마 대신에 전체적으로 여름철 우기로 재정의해 기존 1차 우기인 장마기간 이후에도 자주 나타나는 강수 현상을 2차 우기를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1차 우기인 장마기간 이후에 내리는 비에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에서 형성된 정체전선이 초래한 기상현상’으로 정의되는 ‘장마’라는 용어를 적용하기엔 적합치 않다고 봐서 ‘2차 우기’라는 표현을 제안한 것이다.

<div style="border-top:2px solid #333; border-bottom:1px solid #333; position: relative;font-size:20px;font-weight:bold;color:#000; padding:5px 0;"><div>“대규모 북태평양고기압 연구사업 추진”</div></div>

한편 기상청은 한국기상학회와 함께 여름철 기상·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을 집중 분석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날 학술대회장에서 “폭염과 장마, 태풍 등 여름철 위험기상의 원인이 대부분 북태평양고기압의 변동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때문에 폭염이 발생하고 태풍의 경로에 변동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왜 확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이어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에 준하는 대규모 연구사업을 기상학회와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 나아가 미국과 함께 공동으로 북태평양 한가운데에서 3∼4년 동안 장기적으로 집중적인 관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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