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 산악기상관측망. 김윤주 기자
“‘산악기상관측망’을 통해 경북 울진 산불 당시 인근 울진 아구산, 백병산 산악기상관측망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풍향, 풍속을 관측해 산불이 이동하는 방향을 예측하고 진화대원을 투입해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지난 18일 푸른 가을 하늘이 펼쳐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 1157m에 위치해 있는 ‘산악기상관측망’ 앞에서 천정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ICT연구센터 임업연구관이 이렇게 말했다.
산지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인 산악기상관측망은 산불 대응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3월4일 울진 산불 당시, 산불 발생 한시간여 전에 산악기상관측망을 통해 관측된 습도·풍속 등의 기상 정보를 종합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대형산불위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후에도 산악기상관측망을 통해 산불의 이동방향 등을 예측해 산불 피해를 다소라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천 연구관의 설명이다. 산악기상관측망에서 관측한 자료를 활용하면서 산불위험예측 정확도는 2014년 77%에서 2020년 87%로 10%p 향상됐다.
산악기상관측망은 산불뿐 아니라 산사태 등 산림재해 대응, 산악기상정보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강수량계와 지면에서 10m와 2m에 각각 설치돼 있는 온도·습도계, 풍향·풍속계 등을 활용해 13개 기상정보를 관측한다. 태양열을 이용해 운영되고, 수집된 정보는 기상청의 품질관리(QC)를 거쳐 활용된다.
산림청은 2012년부터 산악기상관측망을 설치해 현재 전국 464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상청이 운영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는 주로 평지에 있는데, 가까운 지역이라도 산악기상과 차이가 클 수 있어 정확한 산악기상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에서다. 산악기상은 지형 등의 영향으로 평지기상보다 바람이 3배 강하고, 강수량도 2배가량 많다. 실제로 지난 6월6일 강릉 평지의 최대풍속은 초속 9.4m였지만 해발고도 778m인 제왕산은 초속 15m였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도 각각 3.7㎜와 12.5㎜로 차이가 컸다. 제왕산은 강릉시청에서 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다. 날씨 예보만 믿고 산에 오르면 예기치 못한 비나 바람 등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18일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 산악기상관측망을 점검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선자령 산악기상관측망에는 측정된 기상 정보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있어 기온, 습도, 풍향 등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온은 4.5도, 습도는 52.8%, 풍속은 초속 1.3m, 풍향은 북동이었다. 전광판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일부 지역에만 설치돼 있지만,
산악기상정보시스템 누리집에서 100대 명산과 산림휴양림 162곳의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출·일몰시간, 체감온도, 산불위험정보 등과 이틀 뒤 날씨까지 알 수 있다. 특히 등산하기 좋은 날씨인지를 ‘매우좋음-좋음-약간나쁨-나쁨’ 4단계의 ‘등산쾌적지수’로 나타내 등산객이 활용하기 좋다. 실제로 18일 오전 9시 발표 기준 선자령의 등산쾌적지수는 ‘좋음’이었는데, 날씨가 맑고 쾌청해 1시간 동안에만 등산객 20여명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 정상을 오갔다.
기후변화로 산불과 산사태 등 산림재해 피해가 더 커지는 만큼 산악기상관측망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기후위기로 산지가 건조해지고 폭우도 늘면서 산불과 산사태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산지인 만큼 산악기상관측망 확충은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오는 2025년까지 산악기상관측망을 620개소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18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대궁산 산악기상관측망. 김윤주 기자
평창/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