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12월 한국전력이 전기를 구입할 때 적용되는 전력도매가(SMP·계통한계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SMP 상한제’를 도입한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SMP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한전 적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야당 일부에서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MP 상한제 초안을 보완하고 최종 검토 과정을 거쳐 12월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2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12월 SMP 상한제 도입을 준비중이고, 시행시기는 좀 더 봐야한다”며 “SMP가 너무 올랐기 때문에 일단 시행은 하되, 시장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보완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SMP 상한제도는 법제처의 법안 검토를 거쳐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절차를 밟은 후 산업부 장관 고시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SMP 상한제는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가격을 적용하는 제도다. 한전이 전력을 매입하는 가격에 상한을 둬 적자 확대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한전이 발전사업자에게 주는 돈을 줄일 수 있지만, 발전사는 이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산업부는 우선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SMP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SMP가 가장 높은 시기가 겨울이다. 비상조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지난 5월 행정예고한 것은 (상한 가격을 SMP 10년 평균의)125%로 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상한 가격을 기존보다 올려 발전사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5월 말 ‘전력시장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 한 바 있다. 직전 3개월의 평균 SMP가 최근 10년간 월별 SMP 상위 10%에 해당할 경우 1개월간 적용되고, 상한 가격을 과거 10년간 평균 SMP의 1.25배로 묶는 내용이다. 하지만 당시 발전사가 시장질서를 침해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산업부는 지난 7월 SMP 상한제 초안에 대해 보완·수정을 이유로 법제처에 검토 절차 중지를 요청했다.
그 사이에도 연료비 급등이 이어지며 SMP가 올랐다. 전력거래소가 최근 발간한 ‘9월 전력시장 운영실적'을 보면, 9월 평균 SMP는 킬로와트시(㎾h)당 234.75원으로 전년 동월(98.77원)에 견줘 137.7% 올랐다. 더욱이 올겨울 SMP가 300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4일 국감에서 “SMP 상한제 같은 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21일 국감에서도 “SMP 상한제에서 신재생에너지만 배제할 생각은 없다”며 “그 부분만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정승일 한전 사장도 국감에서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한 SMP 상한제 도입의 필요성에 동의한 바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과 야당 일부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부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의 의무공급비율 하향조정과 SMP 상한제로 인해 재생에너지 생태계 자체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발전사들은 RPS 의무비율을 채우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데, RPS 비율이 하향되면 구매해야 할 REC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감에서 “SMP 상한제에 신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하면 (신재생에너지 후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SMP 급등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이익을 보는 측면도 있는 만큼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 소장은 “SMP 상한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SMP 상한은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이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소 200원 이상이 돼야한다고 본다”며 “또한 장기계약을 못하고 있는 신재생사업자들에 대한 구제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SMP 변동과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의 기본 이익을 보장하는 발전차액정산제도(CfD)가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전차액정산제도(Contract for Difference)는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발전사업자들이 발전비용을 회수하고 일정 정도의 이익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장기 보장가격 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로 한국에너지공단은 이 제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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