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각 분과 위원장 및 간사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민간위원 수가 대폭 축소되며 소수의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됐다. 환경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손을 맞잡아야 할 노동자, 농민 등 각 영역을 대표하는 인사도 빠졌다.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은 ‘청년, 여성,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등의 추천을 받는 등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상협 민간위원장 주재로 민간위원 32명, 당연직 정부위원 21명이 참석한 첫 번째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 앞서 탄녹위는 2기 민간위원을 새로 위촉했다. 문재인 정부 때 8개 분과였던 위원회는 △에너지·산업전환 △온실가스감축 △공정전환 및 기후적응 △녹색성장 및 국제협력 등 4개 분과로 축소했다. 75명이던 민간위원 수도 32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새로 선임된 각 분과 민간위원들을 보면, 탈핵 입장을 가진 환경단체나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을 주장한 기후단체, 민간연구소 인사가 배제된 것이 눈에 띈다. 다양한 계층을 반영하는 대표성도 사라졌다. 기후위기 대응은 각 부문에서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계층의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기후변화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농민 같은 이해당사자들은 빠지고, 전문가와 산업계 인사로 채워졌다”며 “이명박 정부 때 활동한 녹색성장위원회의 시즌2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민간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이명박 청와대에서 녹색성장을 설계한 인물로 꼽힌다.
반면 지난 정부에서 ‘거리의 과학자’로 탈핵 반대운동을 벌이다가 윤석열 대선 캠페인에 뛰어든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에너지∙산업전환 분과에 배치됐다.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을 했던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을 지냈던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 박근혜 정부 때 인사들도 같은 분과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때 환경부 차관을 했던 윤종수 세계자연보전연맹 이사와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4대강사업의 실무 추진본부에서 낙동강분과위원장을 맡았던 신현석 부산대 교수도 각각 녹색성장∙국제협력 분과, 공정전환∙기후적응 분과에 합류했다.
탄녹위는 민간위원 수를 줄인 것에 대해 “단기간 내 압축적 논의로 이해관계자와 소통이 부족해 실현 가능성이 미흡한 한계가 있었다”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로 개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탄녹위는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무공해차, 재생에너지, 수소산업 등 핵심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소형모듈형원자로(SMR) 등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발표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