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이틀째 계속된 지난 8월9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에서 시민들이 댐에서 방류되는 물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지에 강이 흐르듯 하늘에도 ‘대기의 강’(긴 띠 형태의 수증기 이동 현상)이 흐른다. 몬순 영향으로 동아시아에는 대기의 강이 여름철에 가장 활동적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비의 60% 가량이 대기의 강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6월 하순 하루에 30㎜ 이상 강한 비가 오는 경우, 열 번에 여덟 번은 대기의 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에는 더 많은 대기의 강이 발생하고 강한 비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손석우 교수 연구팀과 국립기상과학원 공동연구팀은 최근 한국기상학회 학술지 <
대기>에 게재한 논문에서 “1979년부터 2020년까지 연속적인 강수량 자료가 존재하는 56개 지점에 대해 강수와 대기의 강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강수 가운데 대기의 강에 의한 강수(대기의 강 강수)는 연평균 51%로 나타났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58%로 그 비율이 커졌다”고 밝혔다.
대기의 강에 대해 미국기상학회는 “
일반적으로 온대저기압의 한랭전선 전면에 존재하는 하층제트에 의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길고 좁은 수증기 수송 기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길고 좁다고 하지만
길이가 2000㎞ 이상이고 너비도 수백㎞에 이른다. 대기의 강은 미국과 서유럽의 서쪽 해안 지역에 상륙해 종종 대홍수를 일으킨다.
하늘 위의 ‘가늘고 긴 강한 수증기 수송’을 나타내는 ‘대기의 강’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강한 강수를 일으키는 영상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에 잡혔다. 나사 제공
동아시아에는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대기의 강이 자주 출현한다. 6월에는 중국 동남부 지역과 일본 남쪽 해상에서 대기의 강 빈도가 높아졌다가 7월이 다가오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쪽 확장과 더불어 한반도가 대기의 강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연구팀 분석 결과 한반도 여름철 강수는 장마 기간인 7월 중순과 ‘2차 우기’인 8월 하순 등 두 번의 정점(피크)이 나타나는 반면 ‘대기의 강 강수’는 6월 하순 한 번의 정점을 이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의 강 강수는 여름철에 가장 많으며 봄철(46%), 가을철(44%), 겨울철(26%)의 순으로 나타났다.
강수를 일강수량이 5∼30㎜인 약한 강수와 30㎜ 이상인 강한 강수로 나눠 분석한 결과 강한 강수 가운데 59%가 대기의 강 강수로, 약한 강수(33%)보다 26%가 더 많았다. 강한 비가 올 때 대기의 강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8∼9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도 대기의 강이 존재했던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특히 여름철 강한 강수의 61%가 대기의 강 강수였으며, 특히 6월 하순에는 강한 강수의 77%가 대기의 강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지역별로 대기의 강 영향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서해안과 소백산맥 서쪽 내륙,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으로 둘러싸인 내륙, 태백산맥의 동쪽 동해안 지역, 남해안 지역 등 4개 지역으로 나눠 조사했다.
대기의 강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은 남해안으로 전체 강수의 57%가 대기의 강 강수로 분류됐다. 특히 강한 강수의 62%가 대기의 강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계절별 및 지역별 대기의 강 강수 추세를 살펴본 결과 겨울철의 대기의 강 강수가 유일하게 모든 지역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겨울철 수자원 관리와 대기 및 토양 건조에 따른 산불 발생 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은 “미래 기후예측 프로그램들로 분석한 결과 대기의 강 발생 빈도는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증가하고, 전체 강수량에서 대기의 강 강수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강수 강도가 증가할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변 팀장은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