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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위기’ 울려 퍼진 재판정…법정에 선 기후직접행동 3건

등록 2023-01-24 09:17수정 2023-01-24 09:20

기후위기 두쪽 걸쳐 우려한 판결문 나와
‘멸종저항서울’ 소속 6명 활동가 1심 진행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2명은 항소심
기후활동가들이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직접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기후활동가들이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직접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온실가스 배출량이 월등히 많은 항공기.’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 308호 법정에 띄워진 파워포인트 첫 장 슬라이드 제목이다. 혐의를 두고 다퉈야 할 재판정에서 갑자기 온실가스 얘기가 나온 것이다. 증인석에는 2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해온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이 앉았다. 이날 법정에서 변호인과 증인은 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기후위기의 긴급성을 묻고 답했다. 2021년 3월15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항의하고자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1층을 막고 지붕을 점거한 혐의(공동주거침입)로 법정에 선 ‘멸종저항서울’ 소속 기후활동가 6명을 변호하기 위해서다. 앞서 검찰은 벌금 2천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이들은 지난해 1월 법원의 약식명령을 거부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날 변호인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기후위기 관련 비판이 많다”고 말하며 증인 신문을 시작했다. “영국에서 뉴욕까지 이코노미 클래스 왕복 항공편 이용시 1인당 0.67톤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이 양은 영국인 1인당 평균 배출량의 11%, 아프리카 가나인의 1년 배출량과 비슷해요.” 증인은 이런 이유 등으로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공항 증설 계획이 중단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직접 항의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기후위기의) 긴급성이 현존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증인은 “해외에서는 미술품에 수프를 던지는 등 다양한 형태의 직접행동이 많아지고 있다.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여기에 더해 기후문제의 다급성 때문”이라며 “어찌 보면 개인이 아닌 인류의 절박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을 준비해갔지만, 검찰 측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검찰 측 증인 신문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은 오는 3월21일 최종공판으로 미뤄졌다. 이날 308호 법정 36석이 방청객들로 꽉 찰 정도로 관심이 높아던 것은 6일 전에 나온 또 다른 ’기후재판’의 판결문 때문이기도 했다.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등을 상대로 기후행동을 한 녹색당 활동가들이 이날 벌금을 감형받은 데 대해 “기후재판 승리”라고 평가했다. 녹색당 제공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등을 상대로 기후행동을 한 녹색당 활동가들이 이날 벌금을 감형받은 데 대해 “기후재판 승리”라고 평가했다. 녹색당 제공

앞서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은 녹색당 기후활동가 4명의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 사건 판결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1200만원에서 550만원으로 감경했다. 이들은 2021년 10월 포스코 주최로 열린 ‘수소 환원 제철 포럼’ 행사장에 난입해 산업계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1분 연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판사는 “여러 합법적 수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관한 내용을 판결문에 두 쪽 넘게 적었다.

“현재 전 세계는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 즉 1.5도 정도 이내로 지구 온도의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전 세계는 되돌릴 수 없는 기후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판결문에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기후위기에 실질적으로 대비하자는 피고인들의 주장이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거나, “기후위기가 티핑 포인트(기온이 상승하면서 지구 곳곳의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지점)를 넘어서면 매우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적의 정당성 역시 없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IPCC, 티핑 포인트,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판결문에 서술하며 피고인들의 주장과 정당함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2021년 2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 ‘두산타워’ 앞에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두산’ 로고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두산중공업이 베트남 하띤 성 석탄화력발전소 ‘붕앙2’ 건설 설계시공파트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탈석탄을 실현하고 석탄발전 사업을 철회하는 데 두산이 앞장서라”라고 촉구했다. 분당/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21년 2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 ‘두산타워’ 앞에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두산’ 로고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두산중공업이 베트남 하띤 성 석탄화력발전소 ‘붕앙2’ 건설 설계시공파트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탈석탄을 실현하고 석탄발전 사업을 철회하는 데 두산이 앞장서라”라고 촉구했다. 분당/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2명의 항소심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2021년 2월18일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참여를 비판하며 경기도 성남 두산중공업 건물 앞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재물손괴죄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1년 7월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1월 1심에서 같은 액수인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곧바로 항소했고, 지난 18일 수원지법에서는 항소심 최종공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변호인의 최종변론까지 마친 뒤 판사는 ‘변론 내용을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최종공판을 속행했다. 속행은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지 않고 다음 공판기일에 변론을 계속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일 변호인단은 “영국 법원은 기후위기에 책임 있는 정부와 기업의 외벽에 스프레이를 분사한 행위에 대해서 피해가 경미하다고 보거나 그와 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는 기후위기 실태를 인용하며 무죄를 선고했다”며 늘어나고 있는 기후직접행동 재판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의 변론을 맡은 이치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의 정당행위를 주장하고 있다”며 “정당행위는 증거에 의해 인정되기 때문에 최종공판이 속행돼 판사가 변론 검토를 충실히 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3월8일 오후 3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최종공판에 꼭 오셔서 최후진술을 들어달라”며 지지를 요청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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