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11일 영국 남부 휫츠테이블 베이 인근 해상의 풍력 발전기 모습. EPA 연합뉴스
2021년 기준 전세계 총 발전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9.8%로, 1996년 정점(17.5%)을 찍은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해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총발전량의 10.2%로 처음으로 원자력발전 비중을 넘어섰다.
7일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 2022’(WNISR)를 보면, 2021년 전세계 원전은 2653TWh(테라와트시)의 전기를 생산했고, 세계 총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9.8%로 떨어졌다. 전세계적으로 원전 발전량이 계속 증가하다가 정점을 찍었던 1996년의 17.5%보다 44% 낮아졌고, 10% 미만으로는 처음 하락한 것이다. 원전 발전량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휩쓸었던 2020년에 감소한 후, 2021년에 3.9% 증가했지만 2019년 발전량보다 다소 밑도는 수준이었다.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는 유럽의 에너지·기후 전문가들이 하인리히뵐 재단·맥아더 재단 등과 함께 해마다 내놓는 것으로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발표됐다.
2021년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의 합이 원자력 발전량보다 높다. 그래픽_전가영 소셜미디어팀
지난해 7월1일 기준으로, 세계 33개 나라에서 411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고, 발전용량은 369GW다. 2021년 중반(415기)보다 4기 감소했고, 가동원자로 최고치를 찍었던 2002년(438기)에 견주면 27기 감소한 수치다.
반면, 2021년 비수력 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발전량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고, 세계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포인트 증가한 12.8%를 기록했다. 비수력 재생에너지는 이미 2019년부터 원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중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2021년 10.2%를 기록해 원전 발전 비중을 넘어섰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들은 “이 (풍력·태양광) 산업들은 원자력 산업이 성취하는 데 반세기 이상이 걸린 것을 성취하는 데 단 20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교토의정서가 체결된 1997년과 견줘볼 때, 2021년 풍력발전량은 1850TWh, 태양광발전량은 1032TWh 증가했다. 반면, 원전 발전량은 390TWh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24년 동안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은 원전보다 각각 4.7배, 2.6배 더 많이 증가한 것이다.
또 2011년 대비 2021년의 세계 발전원별 전기생산량 순증가율을 보면, 비수력 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가 2749TWh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가스 1569TWh, 석탄 1168TWh, 수력 781TWh, 원전 148TWh, 석유 -321TWh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동안 원전 순증가율이 석유를 제외하곤 가장 낮았던 것이다. 이에 반해 2021년 세계 풍력발전량의 연간 성장률은 17%(2020년 11.9%), 태양광 22.3%(2020년 20.9%)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성장은 이제 원자력을 능가할 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빠르게 추월하고 있고 새로운 세대를 위한 경제적 선택의 원천이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한국 원전 상황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점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고 원전 비중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놓은 것 등이 언급된 것이다.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전력 구성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가장 낮지만, 윤석열 행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원자력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는 대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2021년 통계 중심으로 작성된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 2022’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2022년 통계는 오는 10월께 발표될 2023년 보고서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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