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인 ‘액시온’을 찾는 세계 최고 민감도의 실험 설비를 개발해 암흑물질 탐색에 나섰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일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 연구팀이 기존 설비보다 액시온 탐색 속도를 3.5배 높인 설비로 ‘대통일 이론’(GUT)에 기반한 암흑물질 탐색 실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에너지 밀도의 27%, 물질의 8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물질이다. 과학계에서는 윔프와 함께 액시온을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꼽고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대통일 이론을 기반으로 예측된 액시온인 ‘DFSZ(Dine -Fischler-Srednicki-Zhitnitskii) 액시온’ 탐색은 특히 실험의 난이도가 높아 미국 워싱턴대에서만 진행돼 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대통일 이론은 우주에 존재하는 4가지 힘 가운데 전자기력(전기를 띤 핵과 전자를 결합해 원자를 구성하는 힘)과 약력(핵의 붕괴와 융합에 관여하는 힘)까지 설명하는 물리학 ‘표준모형’(SM)을 넘어 강력(핵 속 양성자와 중성자 이루는 힘)까지 통합 설명하는 이론이다.
기초과학연 연구팀은 신호 검출을 방해하는 배경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초저온 환경과 양자 기술을 접목한 12T(테슬라·자기장의 단위) 크기의 탐색 설비를 개발했다. 12T는 워싱턴대 실험의 자기장 8T보다 50% 강력한 것이다. 액시온 검출 확률은 자기장이 클수록 높아진다.
연구진은 이 설비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진행한 실험을 통해 1.1GHz(기가헤르츠) 주변의 주파수 대역에는 액시온이 없음을 확인했다. 액시온 탐색은 액시온이 이론적으로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파수 대역을 조사하며 신호가 잡히지 않는 지역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설비를 처음 활용한 이 탐색 실험 결과는 최근 물리학 분야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 온라인 판에 실렸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이 개발해 사용 중인 암흑물질 탐색 설비. 바닥 아래에 12T(테슬라·자기장의 단위)의 자석을 포함한 공진기와 냉각장치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이 연구 교신저자인 고병록 기초과학연 연구위원은 “공진기에서 나오는 신호를 100%를 읽어낼 수 있는 처리 시스템으로 탐색 속도를 대폭 높인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감도를 유지하며, 미국 워싱턴대 설비로는 60일 동안 분석할 대역을 보름 만에 분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