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아르엔에이(miRNA) 생성에 간여하는 ‘다이서(DICER) 단백질’의 핵심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연구를 이끈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유전자 발현 조절자인 마이크로아르엔에이(miRNA) 생성에 간여하는 ‘다이서(DICER) 단백질’의 핵심 작동 원리와 3차원 구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3일 연구원 RNA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이 다이서 단백질이 miRNA를 생성하기 위해 miRNA 전구체를 잘라내는 서열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 연구팀이 서울대 생명과학부 노성훈 교수팀과 함께 지난 20여 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다이서의 3차원 구조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두 편의 논문은 23일(한국시간)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에 동시에 실렸다.
다이서는 드로셔(DROSHA) 단백질과 함께 세포의 증식과 분화, 조직의 발달, 노화와 질병 등 생명 현상의 모든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miRNA의 생성에 간여하는 단백질이다. 인간 몸 속에 있는 수백종의 miRNA 대부분은 재료 물질인 길다란 miRNA 전구체가 드로셔와 다이서에 의해 순차적으로 절단돼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초과학연 RNA연구단은 이 2단계 절단 과정의 첫 단계에 작용하는 드로셔의 기능과 3차원 구조를 최초로 밝혀내 2015년과 2016년 생명공학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셀>에 잇따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네이처>에 실은 연구 결과는 밝혀지지 않았던 다이서의 작용 원리와 3차원 구조까지 규명한 것이어서 RNA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miRNA 전구체를 백만 종 넘게 합성한 뒤 다이서로 한꺼번에 잘라내 분석하는 방법으로 다이서가 전구체를 절단하는 서열을 찾아냈다. 연구팀이 ‘지와이엠(GYM)서열’이라고 이름 붙인 이 서열의 존재는 다이서가 드로셔에 의해 1차 절단된 위치만 인지해 2차 절단을 한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전구체 내부 서열을 인지해 스스로 절단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서울대 생명과학부 노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다이서가 miRNA 전구체를 자르는 순간을 초저온전자현미경을 포착해, 다이서-miRNA 전구체의 3차원 구조를 높은 해상도에서 관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연구단은 “인간 다이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지난 20여 년간 세계 여러 연구진의 노력에도 풀리지 않았는데, 이번에 공동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활성화된 상태의 구조를 규명해 냈다”며 “이러한 발견은 더욱 효과적인 RNA 치료제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김빛내리 단장은 “miRNA 생성 과정을 이해하면 질병의 발병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RNA 간섭 효율을 높여 유전자 치료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RNA 간섭은 miRNA나 화학적으로 합성된 이중가닥 RNA(shRNA 또는 siRNA)가 특정 유전정보를 가진 메신저RNA(mRNA)를 선택적으로 분해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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