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 카멘카의 한 마을에 있는 주택들이 포격으로 파괴돼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 동안 한국이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56억 유로(약 7조7천억원)어치 수입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세계 각 국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사실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핀란드의 기후·에너지 연구기관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1년 후, 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까’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년간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56억5586만 유로를 수입해 세계에서 14번째로 많이 수입한 국가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석탄은 세계에서 3번째, 천연가스는 세계 7번째로 많이 수입했다.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수입한 한국 기업은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다. 이 보고서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지난해 2월24일 이후 이달 19일까지 1년 동안 원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수출로 얻은 수입을 추정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서는 러시아의 2023년 1월~2월 화석연료 수출 수익이 지난해 3월(2022년 최고치)보다 50% 감소했고,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 수익은 거의 90%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러시아는 여전히 화석연료 수출로 하루 약 5억6천만 유로(약 78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매일 원유에서 약 2억8천만 유로, 석유 제품에서 1억2천만 유로, 파이프라인 가스에서 6천만 유로, 석탄에서 6천만 유로, 액화천연가스(LNG)에서 4천만 유로를 벌어들이고 있다.
또 러시아는 전쟁 이후 1년 동안 화석연료 수출로 2983억 유로(약 413조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중국(596억 유로)이었으며, 독일(247억 유로)과 튀르키예(241억 유로), 인도(226억 유로)가 그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2023년 2월 유럽연합의 러시아산 석유 제품 금지 조치가 발효된 후에도 유럽연합은 인도를 제치고 중국에 이어 러시아의 두 번째로 큰 고객”이라며 “유럽연합은 여전히 매일 1억 유로를 러시아에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 라우리 뮐리비르타 선임분석가는 “작년에 EU는 러시아로부터의 화석연료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거의 모든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줄였고, 석유와 가스 공급을 무기화하려는 푸틴의 시도는 대대적으로 실패했다”면서도 “유럽연합, 일본, 한국은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로부터 남아 있는 모든 화석연료 수입을 중단하는 동시에 청정에너지로 전환해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전반적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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