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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경북·경남 활성단층 주변, 진도 6.5 이상 대비 내진 보강 시급

등록 2023-03-02 05:00수정 2023-03-02 09:31

원전 포함 모든 주변시설 점검 지진 대비해야
단층지역 주민에게도 알려 대비케해야 하지만
보고서 공개 미루다 산하기관 누리집에 올려
야 “원전확대정책 파장 우려 어물쩍 공개 의심”
2016년 9월12일 규모 5.8 경주지진으로 무너진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의 한 주택 담벼락. 연합뉴스
2016년 9월12일 규모 5.8 경주지진으로 무너진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의 한 주택 담벼락. 연합뉴스

2017년부터 5년동안 이뤄진 행정안전부의 동남권 단층조사에서 14개 활성단층이 확인된 것은 주변 지역 구조물의 내진 성능을 보강하고 정부 지진대책에 반영해야 하는 중요 문제다. 활성단층은 지질학적으로 최근인 258만년 전 이후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 지표가 파열돼, 다시 그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동안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고 추정만 했던 활성단층 구간들이 처음 확인됐다. 앞서 2009~2011년 당시 소방방재청(소방청 전신)도 활성단층을 찾기 위한 전국적 단층조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주관한 이 조사는 활성단층 구간을 선이 아닌 점으로 표시하는데 머물러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고, 전문가 검증을 거치지 않아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2016년 경주지진 발생을 계기로 시작된 행안부의 동남권 단층조사는 달랐다. 부경대, 부산대, 지질자원연구원,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이 공동 수행한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연구용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 등 7개 정부 부처 뿐 아니라 대한지질공학회, 대한지질학회, 한국지진공학회 등 지진·지질 관련 3개 학술단체의 전문가 검증을 거쳐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14개 활성단층 분절을 학계와 정부가 함께 확인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 부산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손문 교수(지질환경과학과)는 “활성단층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학자들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과거 조사결과는 모두 점으로 표시한 추정단층이었고 학계의 공인을 못받았는데 이번에는 받았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검토를 거쳐 나온 보고서에 지진·화산재해대책법상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인 활성단층의 위치가 구체적으로 적시된 데 따른 여파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와 월성원전의 안전성을 재평가하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활성단층이 원전에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양산단층 삼남분절의 위치와 단층 지도 출처: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연구용역 보고서
양산단층 삼남분절의 위치와 단층 지도 출처: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연구용역 보고서

국토교통부는 철도, 교량, 터널, 도로 등 다양한 구조물을 설치할 때 활성단층 지역을 회피하거나 지진 발생 때 손상이 최소화될 수 있게 설계할 것을 요구하는 설계기준을 두고 있다. 특히 건축구조설계기준에서는 활성단층을 ‘지난 1만1천년 동안 지진 활동을 한 지질학적 증거나 역사적으로 연평균 1mm 이상의 미끄러짐이 있는 단층’으로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따로 활성단층 기준을 두고 있다. 5만년 이내에 활동한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규정하고 가스 공급·저장시설이나 송유관 등을 건설할 때 회피하도록 하고 있다. 행안부 조사에서 확인된 14개 활성단층 가운데 10개가 두 부처가 따로 규정한 활성단층의 범위에 들어간다.

결국 정부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산업계, 공공기관 등이 모두 나서 이번에 확인된 활성단층 주변에 있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구조물과 기반시설을 점검해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가까이 있는 학교나 아파트 등에 대한 내진 점검과 대책은 특히 시급하다.

재난안전연구원도 누리집에 올린 보고서 설명자료에서 “제4기 단층 주변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내진성능평가, 내진보강 등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4기 단층’은 활성단층이 당장 지진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보고서에서 활성단층 대신 사용된 용어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지진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활성단층 발견 정보를 신속히 알릴 필요도 있다. 하지만 행안부는 지난해 1월 단층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제출받고도 활성단층 발견 발표를 미뤄왔다. 그러다 올해 1월 산하기관 누리집에 올려 공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언론에 보고서 공개를 알리는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따로 공지를 해야 된다는 게 있느냐”며 “법에서 최소한 하라고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보고서를 과기부(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 시스템)에 등재하고 재난연구원 홈페이지에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층을 발견하고 각 관계 기관에 통보해 기존 시설물에 대해 내진 보강 여부를 확인토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내진 설계 보완 검토를 하도록 했다”며 “올해 수립할 제3차 지진방재종합계획에도 보완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15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해 활성단층을 대거 찾아내고도 1년이 지나서야 발표를 하고 흔한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윤석열 정부의 원전확대정책에 끼칠 영향을 우려한 조치였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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