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에 질병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빠르게 확산돼 세계 식량 공급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라 거 영국 엑스터대 교수(식량안보학과장)과 에바 스투켄브로크 독일 키엘대 교수(환경유전체학그룹장)는 2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공동 기고한 논평에서 이렇게 경고하며, 농작물의 곰팡이 질병 피해를 줄이기 위한 농업계와 학계, 정부 등의 통합된 노력을 촉구했다.
곰팡이는 생태계에서 유기물을 분해해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곰팡이는 작물에 해로운 병원체가 돼 다양한 병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벼에 발생하는 도열병, 옥수수류에 많은 깜부기병, 밀을 포함한 여러가지 작물에 발생하는 녹병 등이 그런 예다.
전세계 농업 현장에서는 이런 병해를 막고자 다양한 곰팡이 퇴치용 농약이 광범위하게 살포되고 있고, 곰팡이 질병에 내성이 강한 품종의 개발과 재배가 확대돼 왔다. 거 교수 등이 논평에서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그럼에도 전세계에서는 해마다 곰팡이 때문에 10~23%의 농작물 수확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 또 추수 이후에도 수확량의 10~20%를 다시 곰팡이 감염으로 잃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류의 영양 공급에 중요한 쌀, 밀, 옥수수, 콩, 감자 등 5대 작물에 대한 곰팡이 질병에 의한 피해 규모는 이미 적게는 6억명, 많게는 40억명에게 1년 동안 매일 2000칼로리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저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곰팡이 질병에 의한 농작물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온도 상승이 곰팡이가 저위도 지역에서 고위도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인용한 기존 연구 결과를 보면 실제 곰팡이는 1990년대 이후 매년 약 7㎞씩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밀 줄기 녹병이 아일랜드와 영국에서도 이미 보고된 것이 한 예다.
저자들은 또 단일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현대 농업 관행도 곰팡이에 의한 피해를 확산시키는 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광대한 지역에서 유전적으로 균일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곰팡이와 같이 빠르게 진화하는 유기체 그룹에 이상적인 먹이와 번식지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인구 증가가 식량 시스템에 가하는 압박이 곰팡이 피해 문제에 더해져 인류의 식량 생산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농작물을 곰팡이 질병으로부터 더 잘 지키기 위해 농민, 식물 육종가, 식물 질병 생물학자, 정부와 정책 입안자 등이 긴밀히 협력하는, 지금보다 더 통합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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