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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다시 찾아온 엘니뇨가 우리 식탁까지 위협한다고요?

등록 2023-05-10 17:09수정 2023-05-10 19:10

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폭염에 바짝 마른 옥수수밭. 게티이미지뱅크
폭염에 바짝 마른 옥수수밭. 게티이미지뱅크

A. 강한 엘니뇨는 이상기후 현상을 일으켜 식량난을 불러올 수 있어요.

최근 국제 설탕 가격이 11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발표하는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설탕값은 지난달 27일 정점(1톤당 720.1달러)을 찍었습니다. 이달 설탕 가격은 연초 대비 30%가량 급등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영향으로 지난 8일 설탕을 파는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설탕주’들이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죠. 전문가들은 하반기 기상 악화가 전망되며 설탕값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합니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는 열대 식물로 적도 부근 나라에서 주로 재배됩니다. 브라질, 멕시코, 인도, 라오스, 미얀마 등 햇빛이 강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나라들이 주요 생산국입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 ‘강한 엘니뇨’발생 전망이 나오면서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의 품질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인도 등지의 설탕 생산량이 감소하면 빵, 과자, 음료수 등 설탕이 들어가는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따라 오르며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지난 4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하반기부터 엘니뇨가 발생해 세계 곳곳에 폭염, 홍수, 가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과 중앙태평양에 위치한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열대태평양 남위5도~북위5도, 서경170도~서경120도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게,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태평양 중부와 동태평양 부근 대류활동이 강화됩니다. 이로 인해 동남아시아 지역과 남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은 평소보다 비가 많이 옵니다. 인도네시아 부근과 오스트레일리아 북부는 평상시보다 건조해져 가뭄과 산불의 위험이 커집니다.

그런데 엘니뇨 자체는 이상기후 현상이 아닙니다. 이미 1만년 전부터, 대략 3~7년 폭의 불특정한 주기로 일어나는 자연현상 중 하나입니다. 바닷물이 달궈지는 엘니뇨가 끝나면 반동 작용으로 바닷물 온도가 낮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하는 라니냐가 일어납니다.

문제는 일정 경향을 나타내던 엘니뇨·라니냐 등장 패턴에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입니다. 2022년 8월 발생해 올봄까지 이어졌던 라니냐는 이례적으로 3년 연속 일어났습니다. 이어 등장하는 엘니뇨도 예상보다 한 달 이른 5월 시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상청은 9~10월께면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 편차가 1.5도 이상 나는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 악화 현상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겠단 뜻입니다. 참고로 강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5년 인도 남부에선 5월 최고기온으 48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120년 만의 최고 적설량을 기록하며 항공기 691편이 결항했습니다.

하반기 기상 악화가 전망되며 설탕이 들어간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는 ‘슈거플레이션’이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하반기 기상 악화가 전망되며 설탕이 들어간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는 ‘슈거플레이션’이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미 인도, 라오스 등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괴물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4월부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인도, 중국 일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관광도시 루앙프라방은 지난 8일(현지시간) 43.5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도시는 이미 지난달 18일 42.7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4월 기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의 여파로 동남아시아가 더욱 덥고 건조해졌다고 추정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또한 지난 3일 엘니뇨로 인한 식량 안보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며, 극단적인 강우, 가뭄, 더위 등에 전세계가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이미 기근을 겪고 있는 남아프리카, 중미, 카리브해 및 아시아 일부 지역의 위기를 우려하고, 주요 곡물 생산 및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등 국가도 엘니뇨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먼 바다에서 일어나는 얘기 같지만 하나로 엮인 지구 생태계에서 우리 식탁도 기후 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올여름 더위 속에서, 치솟은 설탕값에 아이스크림 하나 맘 편히 사 먹기 힘든 건 아니겠지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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