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종이 다양한 생물 군계가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에 도착한 모습을 그린 그림. 왼쪽부터 사바나 지역, 초원, 그리고 아열대 지역이 함께 있는 자연환경을 나타낸다.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제공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조상인 호모종(호미닌)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다. 신체적으로 보잘 것 없는 인류가 가혹한 환경 속에서 생존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기후과학자들이 사상 최장기 고기후 식생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비결 중 하나가 인류의 조상이 다양한 생태환경을 선호한 데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부산대 석학교수인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이 이끈 연구팀은 과거 300만년 동안의 고기후 식생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인류 조상의 자연환경 선호도를 밝혀낸 논문을 12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기초과학연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한 이 시뮬레이션은 지금까지의 고기후 식생 시뮬레이션 기간 중 가장 긴 것이다. 연구팀은 앞서 과거 200만년 동안의 고기후를 시뮬레이션해 인류 조상의 서식지를 연구한 결과를 지난해 4월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시뮬레이션 기간을 100만년 늘려 과거 300만년 동안의 기온과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뽑아내 식생모델을 구축했다. 그 뒤 이 모델에 전세계에서 발견된 호모종 화석 표본 등 3232개의 고고학 자료를 대입해 호모종 서식 지역의 생물 군계(Biomes) 유형을 11가지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호모종 서식지의 생물 군계 특성 분석을 통해 호모종이 다양한 식물과 동물 자원이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을 선호한 것을 발견했다. 모자이크식 자연 환경은 사바나, 초원, 열대우림 등과 같은 다양한 식생이 한 곳에 있는 자연환경을 말한다. 연구팀은 다양한 생물 군계를 가진 지역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닌 초기 호모종의 선택이 다양한 도구 개발을 자극하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회복력을 증가시켰을 것으로 봤다.
이번 연구논문의 제1저자인 엘카 젤러 학생연구원(부산대 박사과정)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사회 문화적 발전을 위한 잠재적 원동력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장은 “인류학에 기후-식생 모델링 연구를 접목한 덕분에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 선호도를 대륙 규모로 입증하고, 호모종에 대한 ‘다양성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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