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동 연구팀이 19일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전 세계 호숫물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감소량은 매년 약 264억t으로, 소양강댐 저수량(29억t)의 9배 규모다.
호수는 지구 육지 면적의 약 3%를 점유하면서 인간과 생태계에 중요한 담수와 서식지를 제공해 준다. 영양 공급과 오염물질 순환 등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탄소 순환을 통해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호수의 이런 기능은 물을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세계 최대 담수호인 카스피해를 비롯한 일부 대형 호수들의 저수량 감소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 논문은 위성 관측과 수문학 모델을 기반으로 사실상 전 세계 자연호수 저수량의 장기 변화 추세와 동인을 포괄적으로 처음 분석한 것으로 평가돼 이날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면적 100㎢ 이상의 전 세계 대형 호수 1051개를 대상으로 1992년부터 2020년까지의 저수량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호수들의 저수량은 전 세계 호수 저수량의 약 96%를 차지해 사실상 전수 조사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24만여장의 위성 사진과 9개 위성 고도계를 이용한 수위 측정 자료 등을 수문학 모델과 결합시켜 장기간 수위 기록이 없는 호수들의 저수량 변화까지 재구성했다.
분석 결과 1051개 호수 가운데 전체의 43%인 457개 호수에서는 매년 381억t 가량씩 저수량이 감소하고, 22%인 234개 호수에서는 매년 130억t 가량씩 저수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360개 호수에서는 저수량의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호숫물이 해마다 264억t씩 순감소 추세를 보여온 것이다.
저수량이 감소하는 호수는 중앙 아시아 서부, 중동, 인도 서부, 중국 동부, 유럽 북부와 동부, 오세아니아, 미국 본토, 캐나다 북부, 아프리카 남부, 남미 등 전 세계의 건조한 지역과 습윤한 지역에 모두 걸쳐 있었다.
연구를 이끈 콜로라도 볼더대 환경과학협동연구소(CIRES)의 팡팡 야오 연구원은 대학이 제공한 설명자료에서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인간 활동이 전 세계적인 자연 호수 저수량의 순감소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순감소분의 절반 이상(56±9%)이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꼽았다. 특히 자연 호수의 저수량 감소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인간 활동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물 소비로 지적됐다. 건조 지역은 물 소비로 인한 저수량 손실이 더 두드려졌다. 연구팀은 강수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간들이 호수로 유입되는 물을 더 많이 끌어가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주요인으로 작용해 전 세계 자연호수에서 매년 소양댐 저수량(29억t) 9배에 이르는 264억t 가량의 호숫물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게티이미지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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