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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22일 새벽 3시39분께 규모 2.3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올해 한반도 최대인 규모 4.5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이 인근에서 이날까지 한 달 동안 발생한 지진은 무려 61회로, 1993~2022년까지 30년 동안 이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 횟수(총 56회, 최대 규모 4.2)를 넘어선다. 먼 해양에서 발생한 지진이라 내륙엔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으나, 아직 형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미지의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더 큰 지진이 오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진의 진원을 강원 동해시 북동쪽에서 52㎞ 떨어진 해역(37.87°N, 129.52°E)으로, 발생 깊이는 28㎞로 분석했다. 깊이만 다를 뿐 올해 한반도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 3.5 지진(4월25일), 가장 큰 규모 4.5 지진(5월 15일)이 발생한 지점과 같다.
이번 지진이 먼 바다 깊은 곳에서 발생한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수준(최대 진도 1)에 그쳤지만, 비슷한 지점에서 지진이 빈발하면서 더 큰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연속지진이 발생한 유사 사례와 비교해볼 때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충남 보령 인근 해역과 전남 해남 내륙에서도 각각 석달간 60회, 한달 반 동안 76회 정도의 ‘군발지진’(한정된 지역에서 일정 기간 빈번하게 일어나는 작은 지진들)이 발생했지만, 최대 규모 지진은 각각 3.1과 3.5에 그쳤다. 손문 부산대 교수(지질환경과학과)는 “우리나라에선 군발형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최근 동해시 해역 지진 발생 현황.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잦아진 동해의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최근 지진이 발생한 지점이 이미 잘 알려진 단층과는 상관없는 곳이라 구체적으로 연구가 이뤄진 게 없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 15일 전문가 회의를 통해 최근 동해안 지진이 횡압력에 상반이 위로 올라간 단층을 일컫는 ‘역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면서도,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이 동해 해저 큰 단층인 후포 단층이나 울릉단층의 ‘북쪽’이라고만 추정했다.
기상청이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나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진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비친다.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관계자들이 지진 발생 위치 및 진도 분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김영석 부경대 교수(환경지질과학전공)는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을 울릉단층의 북쪽 끝부분에 달린, 일종의 ‘가지 단층’이라고 추정하며,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4.5 지진을 ‘본진’이 닥치기 전에 온 ‘전진’일 가능성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이 단층이 10㎞ 이상 크게 찢어지면 규모 6.0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가 일본 열도 방향으로 3㎝ 정도 끌려가면서 그동안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았던 곳들이 활성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는 “강원도 동해시 앞바다 지역은 2019년까지는 지진이 거의 없었다”며 “(동해 북동쪽 50㎞)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기에는 (단층이) 튼튼하고 강한 구조였는데 동일본 대지진으로 응력이 불균형해지면서 지진유발 환경으로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