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5일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열린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A. 아닙니다. 2017년 아르이(RE)100을 달성한 구글은 2030년 ‘24/7 시에프이(CFE)’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요즘 정부와 원자력계는 이른바 ‘시에프100’(CF100·Carbon Free 100%) 띄우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시에프100은 탄소 배출이 없는 무탄소 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100% 공급한다는 개념입니다. 한국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100% 공급하는 아르이100(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 대응하는 캠페인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시에프100에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원전과 수소, 탄소포집·활용(CCS) 등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산업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지난 17일 시에프이(CFE·Carbon Free Energy)포럼을 개최해 올해 한국형 무탄소에너지 인증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날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030 한국원자력학회 춘계학술발표회’에서 “시에프100 등에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시에프100을 추진하면서 아르이100의 한계에 대해 짚었어요. 아르이100은 2014년 다국적 비영리단체 ‘더클라이밋 그룹’이 제안해 시작된 민간 캠페인인데, 24일 현재 기준 글로벌 기업 408개가 가입돼 있습니다. 아르이100을 선언한 민간기업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해야 하는데, 목표 시기는 각 기업의 수준에 맞춰 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은 2030년까지 자신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도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애플에 제품을 팔려는 한국 기업은 이 요구를 만족해야 하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작고, 재생에너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에서 아르이100이 ‘무역장벽’으로 기능한다고 정부가 보는 이유입니다.
유엔 산하 유엔에너지가 밝히고 있는 24/7 CFE 캠페인의 원칙. 제1원칙으로 매시간 전력소비와 무탄소에너지 공급의 매칭을 적시하고 있다. 유엔 에너지 누리집
정부는 아르이100을 달성하기 어려워서 시에프100을 추진한다는데, 본래 의미의 시에프100 달성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유엔 에너지와 유엔 산하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 구글 등은 2021년 24시간 일주일 내내 무탄소 전원을 쓴다는 의미인 24/7 시에프이(Carbon Free Energy Compact) 캠페인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들이 제1원칙으로 밝히고 있는 ‘24시간 일주일 내내’라는 조건 대신 ‘원전’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걸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하면 과할까요?
아르이100은 1년간의 총소비전력과 총 재생에너지 생산량 또는 구매량이 일치하면 됩니다. 매시간 사용하는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녹색 프리미엄 제도처럼 기존 전기요금에 웃돈(재생에너지 투자 요금)을 얹어서 전기를 사용하거나 발전사로부터 재생에너지 공급 인정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도 아르이100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반면 24/7 시에프이는 이런 점을 극복해 무탄소 에너지원의 생산과 구매를 실시간으로 맞춘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 전력 수요·공급 모니터링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발전소로부터 공급받은 전력이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됐는지, 무탄소 전원을 통해 생산됐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죠. 태양광이 특정 시간에 부족하다고 해서 화석연료로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2017년 이미 아르이100을 달성한 구글은 이런 기술을 발전시켜 2030년을 목표로 24/7 시에프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죠. 아르이100을 ‘보완’하기 위해서이지, 아르이100을 ‘완화’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한국식 시에프100’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더 회의적입니다. 시에프100을 발전시킨다고 공급업체에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요구가 사라질까요?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책임 연구원은 <한겨레>에 “국내 기업들이 아르이100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특히 애플 제품이나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소비자들이 관심이 많은 업종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에프100으로 그 고객사의 요청에 답할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메이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인지 국내 원전업계 이해관계에 그냥 순응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우려했습니다.
현재 24/7 시에프이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은 117개인데, 에너지를 사는 기업은 구글을 포함해 8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에너지 공급기업과 전력 관련 기술기업들입니다. 아르이100에 가입한 한국 글로벌 기업 32곳이 24/7 시에프이에 가입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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