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5일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열린 오염수 대책 행사에 참석해 참가자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검토하면서 3차례 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을 1차례만 끝낸 상태에서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 실시한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국제원자력기구가 핵심 시료들의 분석이 모두 끝나기도 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자, 보고서의 신뢰성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 4일 공개된 최종보고서에서 3차례 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채취된 2·3차) 두 시료에 대한 분석이 포함된 보고서는 2023년 후반에 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료 분석은 안전성 검토의 3가지 구성 요소의 하나인 ‘독립적 샘플링, 데이터 확증 및 분석 활동’의 일부다. 국제원자력기구가 2·3차 시료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보고서 공개를 강행한 것이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3차 중간보고서’에서 안전성 검토 과정에 모두 3차례 후쿠시마 오염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계획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 특별팀은 지난해 3월에 1차례, 지난해 10월에 2차례 도쿄전력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시료를 채취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 5월 공개한 ‘6차 중간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3월 채취한 1차 시료를 국제원자력기구 산하 연구소와 한국의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비롯한 4개국 실험실에서 분석해 보니 ‘삼중수소를 제외하고는 기준치를 넘는 핵종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결과를 공개했다. 이 첫번째 시료는 도쿄전력이 방류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한 ‘케이4-비’(K4-B) 저장탱크에서 14일 동안 순환과 교반(뒤섞음) 설비를 가동해 시료를 균질화한 뒤 채취된 것인 터라, 예상된 결과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10월에 채취한 2·3차 시료에 대한 분석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두 시료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된 물을 저장하는 표준 저장탱크인 ‘지4에스-비10’(G4S-B10)과 ‘지4에스-시8’(G4S-C8) 탱크에서 시료 균질화를 위한 순환·교반 작업 없이 채취된 것으로, 애초 올해 초 국제원자력기구에 분석 결과가 제출될 예정이었다.
최종보고서는 오염수 시료뿐만 아니라, ‘환경 시료’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됐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알프스로 처리된 물을 다루는 도쿄전력과 관련 일본 당국이 수행한 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확증’”하겠다며, 지난해 11월 바닷물과 해양 퇴적물, 어류, 해조류를 대상으로 환경 시료를 채취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날 나온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보고서는 “이 분석 결과는 올해 하반기에 제공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사실상 일본이 제출하는 자료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확증’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인체와 환경에 대한 영향이 매우 적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 밖에도 국제원자력기구가 직업적 방사선 노출을 판단하기 위해 진행한 실험실 간 교차분석(ILC)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직업적 방사선 방호’는 원자력기구 안전성 검토의 8가지 기술적 주제의 하나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결과 역시 “올해 말에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주요 시료에 대한 분석을 끝마치기도 전에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을 두고선 비판이 나왔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원자력공학박사)은 특히 오염수 시료 분석을 1차례만 하고 끝낸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시료 분석은 신뢰 있는 값을 얻기 위해 3회 하는 것이 화학 분석에서 ‘국룰’(모두가 지키는 규칙)이고, 그래서 국제원자력기구도 세번은 하기로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1회 결과만 나온 상태에서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분석 결과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출신의 또 다른 안전규제 전문가는 “국제원자력기구가 가능한 한 보고서를 빨리 정리해줬으면 하는 일본의 입장에서 용역 기간을 바짝 당겨 완성되지도 않은 결과를 낸 게 아닌가 싶다”며 “이것은 신뢰성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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