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원안위원들이 28일 서울 중구 원안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82회 원안위에 참석해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윈회 제공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오염수 문제를 한 번도 공식 논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위원회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28일 서울 원안위 회의실에서 열린 제182회 원안위 회의에서 김호철 원안위원은 “우리 위원회는 그간 오염수 처리 방안 중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와 해양방류의 생태적 영향은 어떠한지에 대해 한 번도 위원회 차원의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압도적 여론으로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국민 앞에 원안위원으로서 죄송하고 참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합의제 행정기구로 위원 9명 가운데 위원장과 원안위 사무처장을 제외한 7명이 국회 추천 등으로 위촉된 비상임위원이다. 원안위는 원안위법에 따라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장해의 방어에 관한 사항’은 물론 ‘원자력 안전 관련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까지도 심의·의결할 수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문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원안위에서 공식적으로 공개 논의되지 못했다.
김 위원은 “해양 방류 전에 위원회 차원의 논의를 위해 비상임위원들이 발의한 의안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위원회 명의로 작성·발표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계획에 대한 과학기술적 검토라는 공식 자료에 대해서도 사전에 비상임위원들의 검토와 의견 개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오염수 해양 방류에 이르기까지 비상임위원들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고, 합의제 행정위원회는 부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국민 안전과 환경보호를 책임지는 위원회 위상에 맞게 이제라도 국민이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숙의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싶다”며 △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의 일본 해양 방류 자료 분석과 2주 간격 현지 출장 결과 주기적 보고 △해양 방류의 문제점에 대한 추가 정보와 다른 대안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숙의 결과 보고 △생태 사슬을 고려한 해양 방류의 환경과 건강영향 분석 결과 보고 등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제179회 회의에서 “원안위 테이블에서 논의를 한다는 것은 규제와 관련된 조치에 필요한 부분을 논의하는 것인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고 하는 것은 그런 조처를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 있지 않다”고
안건 상정 거부 이유를 밝혔다.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이에 대해 “회의 석상에서 그런 논의를 하기는 제가 보기엔 어려운 것 같다”며 공식 논의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위원들이 각자 갖고 있는 생각을 전달해주면 그런 것을 참작해 (관련 정보들이) 공유가 될 수 있도록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경북 울진 신한울 2호기 운영허가 심의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향후 본격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한울 2호기는 지난 6월29일 사용전검사를 마치고 현재 연료 장전과 시험운전을 준비 중이다.
이날 보고에 앞서 원안위는 김균태 위원을 제외한 위원 8명의 만장일치로 김 위원을 신한울 2호기 운영허가 안건 심의에서 제척할 것을 의결했다. 김 위원이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 연구원으로 신한울 2호기 검사에 참여해 이른바
‘셀프심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조처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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