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왼쪽부터) 체스터대 교수와 조지 스무트 홍콩과기대 교수가 24일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노벨상 역대 수상자들이 한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편성과 관련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친한 연구자들이 최근 (정부의 예산 삭감이 예고돼) 어렵다고 이야기한다”며 “예산 삭감이 전반적으로 한국 과학계에 타격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노벨상의 지식과 가치를 전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노보셀로프 교수를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 5명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 모인 수상자들은 한국 정부가 내년도 알앤디 예산을 올해보다 16.6%(5조2천억원)나 줄이기로 한 것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나타내며 “정부가 과학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기초과학에 투자하면 100배 넘는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는 국가인데 기술에 투자하면서 경제 10위권 국가가 됐다”며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초과학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도 “이번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한 이유가 타당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예산 삭감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 미래에 중요한 건 교육,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2017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나 지원이 과학자에게 압력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며 “특정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길 바라면 안 된다”고 했다.
비다르 헬게센 노벨재단 총재도 한국의 정치 상황 등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과학·교육·연구 분야에서 장기적인 투자와 국가별 성공 사례 배출은 상관관계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 수만 보더라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도 알앤디 예산이 16.6% 줄어든 채로 확정될 경우,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연수직 연구원 1200명 이상이 감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감원 규모는 연수직 1인당 인건비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고, 출연연별 내년도 예산 삭감 비율을 적용한 결과다.
출연연 연수직 연구원은 박사후연구원, 학생연구원, 인턴으로 구성된다. 현재 25개 출연연에서는 박사후연구원 1087명, 학생연구원 3089명, 인턴 715명 등 총 4891명이 일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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