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원도 속초시 주택가 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송충이(솔나방 유충)를 닮은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대거 출몰하면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방자치단체에 피해 예방을 위한 방제에 나서라고 당부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미국흰불나방에 의한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어 각별한 예찰과 방제가 필요하다”고 최근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각 도 산림연구기관과 함께 미국흰불나방에 의한 피해율을 조사한 결과 미국흰불나방 2세대 성충(2화기)에 의한 평균 피해율은 2021년 11.5%에서 올해 27.6%로 약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기란 성충이 1년에 발생하는 횟수를 뜻한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송충이와 유사한 생김새를 가졌으며 몸 길이가 약 30㎜ 정도 된다. 가로수 등 나뭇잎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1958년 북미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충으로 보내는 시간은 40∼50일 남짓으로 그 뒤엔 나무 껍질 틈에 고치를 짓고 번데기가 되며, 12일 정도가 지나면 나방이 된다. 성충이 된 미국흰불나방의 수명은 4∼5일이다. 이 시기 암컷은 잎 뒷면에 600∼700개 알을 무더기로 낳는다.
미국흰불나방은 보통 1년에 2∼3번 집중적으로 출몰한다. 5월 중순에서 6월 사이 1세대(1화기) 성충이 출몰하고,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 사이 2세대(2화기) 성충이 나타난다.
올해는 9월 기온이 유난히 높아 3세대(3화기) 유충까지 부화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국림산림과학원은 “서울 성동구 청계천에서 3화기 애벌레가 확인됐다”며 “이런 이유로 전국적으로 피해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김민중 국림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미국흰불나방 발생 정도는) 2019년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 추세였으나, 고온 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는 등 기후 변화 영향으로 유충의 생존 기간과 활동량이 증가하고, 2화기 성충 발생 시기도 작년보다 빨라지면서 예년의 통상적인 수준보다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산림청은 지난 8월에도 미국흰불나방 밀도가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발생 예보 단계를 ‘관심’(1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격상하며 지자체에 방제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
산림청은 향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번데기를 제거하는 방제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현재 최선의 방제 방법은 10월 하순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수피(나무 껍질) 틈, 지피물(낙엽) 밑 등에서 월동하는 번데기를 제거하는 것”이라며 “5월 중하순 부화시기에 맞춰 방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종수 산림청 산림재난통제관은 “지자체와 소속기관은 피해 발생 상황을 공유하고, 발생 상황과 피해 확산 우려, 유충 활동기와 월동 시기에 맞춘 적기 방제를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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