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아열대성 해양생물인 넓은띠큰바다뱀과 밤수지맨드라미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처음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따뜻한 바다에 사는 생물의 서식지가 북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넓은띠큰바다뱀과 밤수지맨드라미는 전남 여수 향일암에서 남쪽으로 34㎞ 떨어진 무인도 지역인 소간여와 거문도 인근 해역에서 각각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생물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넓은띠큰바다뱀은 코브라과의 해양파충류로 필리핀,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인근의 따뜻한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 우리나라 해역에서도 따뜻한 해류를 타고 올라와 서식하는 개체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한국 해역은 이들 서식지의 북방 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다.
몸 전체에 푸른빛이 나는 브이(V) 모양의 줄무늬가 있고, 꼬리가 배의 노 모양을 닮은 넓은띠큰바다뱀은 주로 바닷속에서 생활하며 번식, 산란, 탈피는 육지에서 한다. 뱀장어나 어류의 알을 먹고 살며 국내에서는 자리돔, 놀래기 등 소형 어류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독사보다 20배 이상 강한 맹독을 지녔다.
수심 5~25m에 서식하는 밤수지맨드라미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산호충류로 일본 타나베만, 인도양 등에 주로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인근 바다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도해 상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이들의 서식지가 북상했다는 뜻이다. 산호충류는 특히 수온에 민감한 해양생물로 알려져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 연구에 중요한 분류군이다.
기상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평균 해수면 온도가 20도 이상이면 아열대 지역이라고 한다. 국립공원공단은 “최근 제주도 해역의 표층 수온이 36년간 2도 증가하고, 제주도 남부해역에 위치해 있던 20.3도 등온선도 30년간 50~100㎞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후변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난류가 확장하면서 열대·아열대성 해양생물이 국내 해역으로 유입·정착하는 등 이들의 서식처가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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