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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산불, 가뭄, 아픈 친구들… 아마존은 나무를 벨 때마다 뜨거워졌다

등록 2023-12-12 08:00수정 2023-12-12 15:47

“자연 파괴로 농사는 늘 흉작… 친구들 키가 크지 않아”
불타는 마을, 사라지는 나무들, 숨쉬지 못하는 물고기
아마존 청소년 타이사가 느끼는 ‘기후변화’의 실체
브라질 아마존에서 온 선주민 타이사가 지난 9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브라질 아마존에서 온 선주민 타이사가 지난 9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이제 지도자들이 말, 말, 말(talk, talk, talk)만 하지 말고 단호하게 결정하고 행동할 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10년생 브라질 아마존 선주민 타이사는 13살 인생 첫 비행기를 타고 지난 7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도착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를 알리고, 선주민과 아동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려 월드비전 아동대표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했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온 그를 지난 9일 총회 현장에서 만났다. 그의 등과 팔 곳곳에는 ‘나쁜 에너지를 막아준다’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출국 전 타이사의 어머니가 ‘보호’의 의미를 담아 과일 물감으로 직접 그려준 그림들이다.

타이사에게 아마존 지역의 기후변화와 자연파괴는 친구들의 자라지 않는 키, 물고기들의 떼죽음, 벌목과 잦은 산불로 인한 어린이들의 호흡기 질환과 같은 실체적 문제다. 그는 “선주민은 땅에서 농사 짓는 사람들”인데 “기온이 너무 많이 상승해 농작물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로 인해)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친구들의 키가 자라지 않고”, 그 와중에 친구들은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학교를 결석하고 큰 나무에 올라 아사이베리(아마존 일대에서 자라는 열대 과일)를 따서 파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이사는 “가뭄으로 인해 아마존 강과 호수들이 말라가고 있다”며 “원래는 마을 주변 강에 물고기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물고기를 찾기 위해 4~5㎞가량 한참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분홍돌고래’ 모양 귀걸이를 보여주며 “이 분홍돌고래들도 아마존강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분홍돌고래는 아마존 일대에서 서식하는 강돌고래로, 지난 9월 브라질 테페호수에서 100여마리가 떼죽음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아마존강은 수량이 풍부하기로 유명하지만 올해 100년 만의 역대급 가뭄을 겪은 바 있다.

인터뷰 도중 타이사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인터뷰 도중 타이사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불법 벌목과 산불 등 산림 훼손 문제도 일상적인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는 “(탄소흡수량이 많은) 나무를 자르면 기온이 올라가고, (그늘이 사라져) 더 덥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선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태워 “산불이 자주 나 친구들이 호흡기 관련 질환에 많이 노출돼 더 자주 아프다”고 전했다. 거센 불길은 아이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기도 한다. 타이사는 “지난달 산불이 엄청 크게 났을 때는 불이 우리 마을을 둘러쌌다.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보기 : [르포] “브라질에 지옥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존”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913770.html

타이사는 평소 지역 행사, 지역 언론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아마존 훼손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린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소셜미디어를 했고, 인터뷰에 동석한 이들에게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어보는 등 여느 십대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가 1시간 가까이 진행되어 “힘들 것 같으니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는 의사를 타이사에게 전하자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마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이런 자리는 매우 귀중하다”며 인터뷰를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4~5살 때부터 기후위기 문제를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타이사는 조부모·부모 세대 모두 환경 운동에 헌신하는 가정에서 성장했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가 환경 운동을 하는 것을 보며 자라왔기 때문에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삶이 끝날 때까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고 싶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타이사와의 인터뷰는 포르투갈어―스페인어―영어―한국어 통역으로 이어지는 4개 언어로 이뤄졌는데, 그가 결연한 의지를 밝혔을 땐 모두가 바닥과 허공을 쳐다보며 침묵했다. 3단계 통역을 거치지 않아도 그의 진심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2025년 30차 당사국총회는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타이사는 “(30차 총회는) 선주민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드러나는, 선주민 중심적인 당사국총회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기대감이 크고, 기쁘고, 감사하다”며 “원주민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28차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된 것들이 그때는 이미 실행됐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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