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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도심 작은 습지의 기적…생명들이 아우성 친다

등록 2005-05-31 18:26수정 2005-05-31 18:26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의 도심습지에서 실잠자리가 독특한 하트 꼴의 짝짓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수컷(위)이 암컷의 배끝에 있던 정자를 가슴에 가까운 둘째 마디로 옮긴 뒤 배끝 고리를 이용해 암컷의 목 뒤를 붙잡으면, 암컷은 수컷의 둘째 배마디에 연결해 수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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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의 도심습지에서 실잠자리가 독특한 하트 꼴의 짝짓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수컷(위)이 암컷의 배끝에 있던 정자를 가슴에 가까운 둘째 마디로 옮긴 뒤 배끝 고리를 이용해 암컷의 목 뒤를 붙잡으면, 암컷은 수컷의 둘째 배마디에 연결해 수정한다 \\

▷‘도심 작은 습지의 기적 효창공원’ 『특집화보』로 가기◁

서울 용산구 255번지 ‘효창공원’

서울 용산구 효창동 255번지 일대에 자리잡은 효창공원. 사람들은 백범 김구선생과 윤봉길의사 등 애국지사의 묘역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본래는 조선조 22대 정조의 장남인 문효세자와 그의 생모인 의빈 성씨 그리고 순종의 후궁 숙의 박씨 및 영온옹주의 묘가 있던 곳이다. 일제말기 세자 묘가 서삼릉으로 강제 이장되면서 공원으로 격하된 비운의 사적지기도 하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효창공원은 도심속의 생태터로 거듭났다. 1988년부터 추진된 정비공사와 성역화 사업으로 30~40년 된 아름드리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5만여 평의 너른 터에 들어찬 나무들은 도심의 허파 노릇을 할 만큼 무성하다.

특히 2002년 공원 안에 작은 습지와 420평 크기의 자연학습장이 만들어진 뒤 이곳에는 나무와 풀과 어울릴 또 다른 생명계가 생겨났다. 신록의 계절을 맞은 5월 이곳에는 온갖 생명체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효창공원을 즐겨찾는 주민들도 감탄한다.

“여간 시원해야지, 새소리도 좋고 벌레들도 많아. 하루에도 몇 번씩 이리로 나와.” 인근 효창동에서 45년을 살았다며 이름을 숨긴 채 ‘효창공원지킴이’라 불러달라는 한 할머니(67)의 말이다. “우리 첫 애가 뱃속에 있던 시절엔 나무도 별로 없었어. 지금 저렇게 큰 나무들이 그 때는 전부 싸리나무 가지 같았거든. 지금도 나는 저 나무들 뿌리가 드러나는 걸 보면 가슴이 아파. 그래도 이렇게 말끔하게 꾸며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래서 나는 이 공원에 대해 너무 감사하며 살지.”

공원 한 쪽에 조성된 습지에는 개체수는 많지 않지만 개구리가 살고 있고, 붓꽃과 수련 잎 사이에서 실잠자리가 요란하게 사랑을 나누고 있다. 자연학습장 꽃밭에는 나비와 벌이 쉼 없이 드나들고 직박구리와 참새들이 날아와 노래를 부른다. 척박하던 도심 공원의 작은 습지가 이뤄낸 기적이다. 습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생명의 원천이라 불린다. 다양한 물풀과 생명체들이 물을 정화해주고 함께 사는 물고기와 개구리 등과 더불어 나누고 배려하며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연의 선물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른다. 바위 밑에서 샘이 솟아 자생적으로 형성된 습지에는 먹다버린 과자봉지와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시민들에게 자생식물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자연학습장과 습지는 앓고 있다.

곤충들이 꽃을 찾아와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예뻐서 아이를 데리고 자주 나와 둘러본다는 이 지역 주민 강희(32)씨는 “습지에 살던 개구리가 한 마리도 안 보여요.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이 어느 날 저녁 모두 잡아 갔데요.”라며 아쉬워한다. 효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올 봄 습지에 풀어 놓았다는 개구리가 사람 손을 타 사라진 것이다. 꽃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벌의 속삭임을 듣고 싶으면, 사람도 생태계의 일원임을 인식해야 할 듯하다.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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