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18개 노후단지 안전진단
5대 유독물 사고위험 단지 꼽혀
5대 유독물 사고위험 단지 꼽혀
지난 22일 위험 화학물질이 유출된 인천 남동공단이 사고 발생 석달 전 정부의 정밀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남동공단이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노출된 환경을 정부가 미리 파악하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진단 보고서에선, 국내 노후 국가산업단지 18곳에 입주한 업체 대부분이 폭발위험물질이나 유해화학물질을 부적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노후산업단지 정밀안전진단 보고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남동공단은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가장 취약한 산업단지로 나타났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국무총리실 소속 행정위원회)는 지난해 5월 화학사고가 잇따르자 ‘산업단지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수립했고,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18개 노후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81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안전진단에 나섰다. 안전진단 보고서는 지난 5월 나왔다.
보고서를 보면, ‘5대 유독물 사고 위험 산업단지’로는 남동·시화·여수·구미·반월공단이 꼽혔다. 유독물은 물질 자체에 독성이 있어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물질로 메탄올 등 600여종의 물질이다. 남동공단에 있는 19개 업체는 모두 유해화학시설을 적합하게 관리하지 않아 총 14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업체당 평균 7.4건 꼴로 시설이 가장 부실하게 관리되는 공단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가 나온 지 석달여 뒤인 지난 22일 남동공단의 한 도금공장에선 위험 화학물질인 염소산나트륨 10~20ℓ가 유출돼 공장 근로자 등 22명이 구토와 두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또 26일 낮 남동공단 한 공장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염소가스가 소량 유출됐다.
남동공단 이외에 공단 내 업체당 평균 적발 건수는 시화공단이 4.6건, 여수공단 2.9건, 구미공단2.8건, 반월공단 2.6건으로 화학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월·시화공단은 다른 곳에 비해 유독물질이 다량 밀집·분포돼 있으며, 여수·구미공단은 과거 화학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제남 의원은 “잇딴 산업단지 사고로 정부가 유해물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과 몇달도 안 돼 남동공단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가 환경부 주도로 산업단지에 6개 방재센타를 설치했으나 환경부의 업무 추진 의지가 약하고 관계 부처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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