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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박경리 선생 “이젠 ‘청계천표 상추’ 를 꿈꾸자”

등록 2005-09-26 19:00수정 2005-09-27 08:51

서울은 물론 지구의 핏줄 살리는 의미
청명한 가을햇살에 들판은 누릇누릇 익어가고 있었다. 강원도 원주 흥업면 매지리 토지문화관 한쪽 귀퉁이 텃밭의 배추도 토실토실 살이 올랐다. 배추밭 주인인 박경리 선생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쓴지 6년이 지난 지금에야 수확이 좀 늘고 있다”며 웃었다. 여든의 나이에도 글쓰기와 텃밭 가꾸기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박경리씨를 23일 토지문화관에서 만났다.

-청계천 복원 완공일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아무도 청계천 복원을 얘기하지 않았을 때 복원을 제안하셨던 분으로서 어떻게 느끼십니까?

=청계천이 복원됐다는 것은 단지 서울의 하천이 살아났다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핏줄이 살아났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청계천이 이제 기폭제가 되고 깃발, 도화선이 되어 자연복원, 생명복원이 더욱 확장돼야 합니다.

-복원이 되겠나 의구심을 가진 사람도 많았고, 도중에는 서울시와 전문가·시민단체 간의 갈등도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쓴소리 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2000년 9월 이곳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청계천살리기연구회)에서 얘기가 시작됐지요. 그러나 당시엔 위정자들도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저 이상주의자들의 꿈이거나 메아리 같은 것으로 여겼지요.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급물살을 탔고 참으로 꿈처럼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이 ‘꿈의 반’을 성취한 것이라고 봅니다. 개천을 덮고 있던 인공적인 구조물을 철거했으니,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과의 싸움에서 자연이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뜯어낸 자리에 다시 인공구조물이 덧붙여 있어요. 이거 언젠가 다시 완전한 자연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청계천엔 우리것이 아닌 서구식 다리들이 걸려있지요. 외국관광객들이 자기 동네에도 있는 거라면 왜 와서 보겠습니까? 우리만의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명박 시장이 아니었다면 이런 대사업을 과감하게 밀어붙이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박력이 있는 분이니까.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 박력에 덧붙여 미래를 내다보는 긴 안목과 문화의 본질을 내다보는 투시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 시장도 지금은 50%만을 성취했다는 걸 알아야 해요.

-앞으로 청계천을 어떻게 가꾸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2년 전 착공할 때 만약 노점상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했더라면 사업이 진척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노점상은 장사하는 그 자리가 마지막 생명선인데도 비켜줬습니다. 이제는 천변에 상가나 빌딩을 가진 사람들이 양보할 차례입니다. 지금 보면 천변 옆길이 상당히 좁지않아요? 땅주인들이 뒤로 물러서줘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고밀도 고층 개발 절대로 안됩니다. 돈 있는 사람들도 욕심을 줄이고 참아야 해요.

노점상 생존권 양보했으니 가진 사람들 차례

-처음에 ‘생명의 복원’이라는 화두로 청계천 사업을 제안하셨습니다. 청계천 이후, 서울 또는 이 나라에 어떤 화두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서울에 잘 안 가서 서울일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먹거리·공기오염 때문에 사람들이 자꾸 아픈 거 아니겠습니까? 대기오염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무를 많이 심어 공기를 정화시켜야지요. 또한 서울 사람들도 조그마한 자투리땅에라도 저마다 먹거리를 심어 가꾸는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꽃 한포기 심는 것도 좋지만 상추 한포기도 잘 자라면 아름다운 겁니다. 쿠바에서는 사람들이 초라한 옷을 입고 있어도 제 손으로 가꾼 건강한 먹거리로 살아가요. 우리는 겉모습은 화려하게 꾸미면서도 농약투성이 식품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젠 도심 농업의 꿈을 꿀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철 이유주현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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