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하려고 북한을 찾은 남쪽 대표단이 평양을 떠나 평북 묘향산을 가는 길입니다.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한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국도 1호선 평양~안주 구간이지요. 들녘엔 누렇게 익어가는 벼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한창이지만 함께 차에 탄 북쪽 관계자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합니다. 곧게 뻗은 이 길을 한 장만 찍자고 거듭 청하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셔터를 두 번 누르자 이내 어깨를 툭툭 치며 그만 찍으랍니다. 이곳에서 신의주까지는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 4백리 정도 된다고 합니다. 올해는 농사가 잘된 것 같은데 왜 황금들녘조차도 못 찍게 하느냐고 물으니, 남쪽 기자들은 북쪽의 어려운 상황만 찍어다 나쁘게 보도하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살며시 드러내 보입니다. 휴전선에 가로막힌 국도 1호선의 북녘 구간을 달리며, 막힘 없이 오가는 푸른하늘과 구름이 새삼 부러웠습니다.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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