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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반려견은 내 동생, 왜 아직도 물건 취급하죠?

등록 2017-04-21 06:56수정 2017-04-21 10:34

기자가 그린 대선여지도 ③ 반려동물

저는 ‘애니멀피플’(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을 바란다고 하면 “사람도 살기 힘든데 동물을 왜 챙기냐”며 성을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오늘을 살기 힘들어서겠지요. 이해합니다. 사람이 살기 힘들면 어서 사람 살기 좋게 바꿔야지요.

마찬가지입니다. 동물이 살기 힘들면 동물 살기 편하게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 사람에게 투입해야 할 에너지를 동물이 빼앗아간다는 생각은, 사냥하고 열매 따 먹으며 동물과 경쟁하던 구석기 시대에나 어울리는 불안입니다. 이미 지구는 사람이 지배하고 있으니까요.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이유도 사람 때문입니다. 고령화와 1인가구의 증가, 사회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독감. 한국에서는 5명 중 1명이 여러 이유로 반려동물과 함께 삽니다. 교감할 수 있는 생명이다 보니 정이 듭니다. 반려견 밥을 주기 위해 저녁 약속을 일찍 끝내는 중년 남성, 해외여행에 반려견을 데려가는 노부부, 반려견 사십구재를 지내는 젊은 부부, 그렇게 가족이 됩니다. 가족이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합니다.

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애니멀피플’과 ‘펫팸족’(pet family의 줄임말) 마음을 훔치기 위해 움직입니다. 이념을 떠나 원내 5당 후보 모두 동물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동물과 동물의 가족 그리고 “동물 챙겨 뭐하냐”고 묻는 시민까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한 후보는 누구일까요.

주리 사진을 보고 그렸는데 그리다보니 다른 개를 그렸다.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주리는 내 발을 툭툭 치며 놀아달라고 했다. 발 옆에서 조용히 잠든 주리의 체온이 따뜻했다. 사료는 안 먹고 간식만 먹으려고 해 속상했다. 집을 비울 때마다 혼자 두고 나가 미안했다. 자주 산책가지 못해 미안했다. 16년을 같이 살아줘서 고마웠다. 최우리 기자
주리 사진을 보고 그렸는데 그리다보니 다른 개를 그렸다.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주리는 내 발을 툭툭 치며 놀아달라고 했다. 발 옆에서 조용히 잠든 주리의 체온이 따뜻했다. 사료는 안 먹고 간식만 먹으려고 해 속상했다. 집을 비울 때마다 혼자 두고 나가 미안했다. 자주 산책가지 못해 미안했다. 16년을 같이 살아줘서 고마웠다. 최우리 기자

“당신의 보물 1호는 무엇인가요?”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때 저의 대답은 같습니다. 까먹지 않으려고 십수년째 같은 질문, 같은 대답을 합니다.

“주리.”

3살 터울의 오빠 이름과 제 이름의 한 글자씩을 더해 그렇게 불렀습니다. 주리는 순종 요크셔테리어보다는 몸이 조금 컸던 요크셔테리어 믹스 암컷입니다. 제 인생의 절반가량인 16년을 함께 살았고 2012년 ‘무지개다리’를 건너갔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며 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쓰느라 바빴던 사춘기 시절, 답 없는 취업 스펙을 쌓느라 지쳤던 청년 시절, 술 취한 새벽녘 택시에서 내렸는데 가족 품에 있던 주리가 몸을 흔들며 안기던 순간, 웃고 우는 모든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웃고 울며 16년 함께 살았던 주리
차 바퀴에 끼고 경련 일으키고…
많이 아플땐 동물병원 갔지만
비용 부담에 정밀검사는 못해

투병끝 떠날 땐 온가족 울음바다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재산’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라니…
불법인 줄 알지만 마당에 묻어

주리를 떠나보내는 게 너무 슬펐다는 또다른 가족을 위해 반려동물을 더이상 키우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저는 지인의 강아지와 고양이, 아파트 단지 안 어딘가에 함께 살고 있는 길고양이, 과천 서울대공원과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동물원에서 동물을 만나며 마음을 달랩니다. 종종 가족과 산책 나온 동네 반려동물을 보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 주리,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니.’

언젠가 방 안에서 주리랑 놀다가 찍은 사진. 주리 사진 중에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리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최우리 기자
언젠가 방 안에서 주리랑 놀다가 찍은 사진. 주리 사진 중에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리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최우리 기자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 참 신기한 일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를 대할 때와 비슷합니다. 상대에게 바라는 것도 없고, 서운한 것도 없습니다. 그냥 같이 있어 좋을 뿐입니다. 그 마음 어딘가에 사랑이 있다고 추정합니다.

주리는 떠났지만, 친구들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2015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보면 전체 가구의 21.9%가 개나 고양이를 키웁니다. 2010년 17.4%보다 4.5%포인트 늘었습니다. 반려견은 512만6127마리, 반려묘는 189만7137마리입니다.

암컷 주리는 생후 한달께 집에 왔습니다. 부모님 지인의 반려견이 새끼를 낳았는데 수컷은 15만원, 암컷은 20만원에 분양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반려동물이 아니라 애완동물이라고 했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요. 대부분 지인을 통해 분양받거나 ‘펫숍’에서 물건을 사듯 구입했습니다. 주리의 부모, 조부모가 최근 사회문제가 됐던 ‘강아지 공장’에서 번식용으로 길러졌을지도 모릅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인식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동물을 물건, 재산으로 취급합니다. 민법상 그렇습니다. 동물을 예쁜 물건 하나 사는 것과 같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반려동물 생산·유통업은 지속될 것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전국 19개의 경매장에서만 한해 30만마리의 강아지가 팔려나간다고 확인했습니다. 반면 한해 유기동물 수가 8만2천마리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애니멀피플’의 영혼을 조금 아는 것 같습니다. 헌법에 동물의 권리를 명시하고, 민법을 고치려 합니다.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이름도 바꿔 위상을 높이겠답니다. 인명구조처럼 동물구조 핫라인도 개설하겠다는 등 가장 적극적입니다. 정의당 동물권 공약을 만드는 전문가 그룹에는 영화감독인 임순례 동물보호단체 카라 대표, 송치용 수의사 등이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민법 개정을 약속합니다. 언젠가 동물단체 활동가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하지만 학대와 유기, 살해하는 사람의 처벌을 강화하고 유기동물 보호소 지원을 확대한다는 정책은 애니멀 피플의 영혼을 만족시키기에는 평범해 보입니다.

다른 후보도 안 후보와 비슷합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기동물 재입양 추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유기동물 수 줄이기 목표량 설정,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학대 가해자 처벌 기준 상향 조정 등은 새롭지 않습니다. 상식을 정책으로 내놓으면 매력이 없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반려동물 키우면서 뭐가 가장 힘드세요?”

지난해 6월 펴낸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시설 도입방안’ 보고서를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507명 중 31%가 ‘경제적 문제’라고 답합니다. 이 중 27.3%가 동물 진료비 고민이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포기하고 싶은 이유 중 3위도 경제적 문제(11.6%)였습니다.

조사에 응한 가구소득을 보면 반려동물이 더 이상 ‘있는 집의 사치품’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299만원 이하라고 답한 비율이 22.9%였습니다. 300만~499만원도 30.9%였습니다. 도시근로자 기준 4인 이하 가구 월평균 소득 539만3154원(2015년)보다 낮은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동물도 사람처럼 고령화가 시작됐습니다. 반려동물 진료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의료보험이 잘되어 있는 사람 의료비에 견줘 동물병원에서 쓴 비용이 괜히 더 비싸다고 느껴집니다. 반려동물 진료비는 다가올 사회적 과제입니다.

 토요판팀 박현철 기자가 반려묘 보들이와 놀고 있다.
토요판팀 박현철 기자가 반려묘 보들이와 놀고 있다.
<한겨레> 토요판에 ‘아직 안 키우냥’ 칼럼을 연재 중인 박현철 기자도 부담입니다. 최근 이런저런 비용을 포함해 고양이 2마리 예방접종에 23만원, 중성화 수술에 76만원을 썼습니다. 모기가 있는 4~11월까지는 매달 1만4000원씩 내고 심장사상충 예방도 해야 합니다. 박 기자는 “심장사상충 예방 약을 외국에서 직구하면 좀더 싸다고 해 직구하려고 한다”며 “잘 모르니까 고양이가 콧물만 나도 병원에 데려갔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자주 안 가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박 기자는 돈과 사랑 사이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토요판팀 박현철 기자가 반려묘 보들이와 놀고 있다.
토요판팀 박현철 기자가 반려묘 보들이와 놀고 있다.
안타깝게도 주리는 좋은 가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병원 가는 대신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 못난 언니입니다. 주리가 7~8살 때쯤 서행 중인 차 바퀴 사이에 끼어 기겁한 날, 처음 경련을 일으킨 날 등 몇 번은 주리를 안고 달려갔습니다. 동물은 어디가 아픈지 말을 못 하니까, 수의사는 이곳저곳을 검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추가 검사를 더 받을 거냐는 물음에 쉽게 대답을 못 했습니다. 그건 다음에 받겠다고 하고 돌아섰습니다.

무지한 가족 때문에 주리는 더 아팠습니다. 요즘은 출산 계획이 없다면 중성화 수술을 해 성성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합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암컷의 경우 유선 종양에 쉽게 걸리고, 수컷은 전립선 질환이나 항문 주위 탈장이 생긴다고 합니다. 호르몬 때문입니다. 하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중성화 수술을 ‘불임 수술’이라고 했죠. 그때만 해도 본능대로 살도록 하는 것이 동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오해했습니다. 주리도 결국 12살 이후 유선종양 검사를 권유받았습니다. 고령이라 수술이 위험할 수 있고, 결과도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수의사 말을 핑계 삼아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수술하면 실제 큰돈이 나갑니다. 암컷 강아지의 유선 적출 수술을 예로 들면, 10개의 유선을 적출하는 데 100만원은 내야 합니다. 마취 시간과 입원일이 길어지면 더 듭니다. 보통 150만~200만원은 나옵니다. 8살쯤 된 반려견 루시를 키우는 <한겨레> 사회부 허재현 기자는 지난여름 휴가를 포기했습니다. 루시가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는 데 15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가족이니까”라고 당연하듯 말합니다. 능력이 있어야 좋은 가족인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은 사람 가족 사이의 고민만은 아닙니다.

 허재현 기자의 반려견 말티즈 루시.
허재현 기자의 반려견 말티즈 루시.
의료비가 비싼 것도 부담이지만, 병원마다 진료 범위와 비용이 다른 것은 반려동물을 키울 때 가장 답답한 지점입니다. 같은 병을 진단받고 같은 수술을 해도 병원마다 가격이 왜 다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술 방법이나 사용 약물이 다르고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는 불만도 터져나왔습니다. 수의사도 가격 경쟁에 피곤함을 호소합니다.

가족들은 질병마다 약속한 진료 범위를 정하고 표준 수가를 정해 공개하라고 요구합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흘렀습니다. 부지런히 반려동물 동호회 카페에 올라오는 동네 동물병원 후기를 자주 살펴, 싸고 친절하고 능력있는 병원을 알아서 찾는 것이 가족의 능력입니다.

동물병원 진료비를 손보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반려동물의 진료비 기준을 설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한수의사회의 공개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후보도 “수의사회와 협의를 거쳐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진료비 문제 해결의 방향은 잘 잡은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 후보가 그동안 진료비 공개를 안 하고 버텨온 대한수의사회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전체 가구 22%, 개·고양이 키워
학대·유기 처벌강화 등 공약 긍정적

100만원대 수술 등 진료비 가장 문제
병원별 비용 천차만별 “부르는 게 값”

문·안·심 “진료비 표준 만들 것”
홍 “진료비 10% 부가세 없앨 것”
동물복지 시작 ‘정치적 결단’ 중요
공약실천 위해 수의사회 설득해야

심상정 후보는 진료비 표준을 정하고, 나아가 가족참여형 공공동물의료보험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민간보험 상품은 이미 3~4개 나와 있지만 가입률이 0.1%로 매우 낮습니다. 전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없는 반려동물 의료보험에 세금을 왜 쓰느냐는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의료보험을 구상했습니다. 허 기자는 “그런 거 있으면 좋지”라며 반겼습니다.

홍준표 후보도 진료비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합니다. 기본검사 몇 가지를 빼고 대부분의 진료에 붙는 10% 부가가치세를 없애겠다고 밝혔습니다. 부가세라도 안 내면 좋지만, 10% 할인해주는 것만으로는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리는 1년을 아파하다 떠났습니다. 주리를 간호하면서,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힘들다는 걸 느꼈습니다. 까맣던 눈은 하얗게 백내장이 왔고, 적당했던 살이 다 빠져 뼈만 앙상했습니다. 걸어다니는 것도 힘겨워 넘어지기 일쑤였고, 물도 잘 넘기지 못해 품에 안고 먹여줘야 했습니다. 아파서 우는 주리의 목소리가 기억납니다. 수의사로부터 “맛있는 것 많이 먹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한여름 토요일 오후, 제 품 안에서 떠난 주리를 안고 온 가족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잘 못해준 것만 생각납니다. 우리는 주리를 시골집 마당에 묻었습니다. 불법인 걸 알면서도 그냥 묻었습니다. 집에서 죽은 반려동물은 생활폐기물로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지만, 가족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공공동물화장장을 짓겠다는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 참 반갑습니다. 공공동물화장장은 프랑스에도 있습니다.

반려동물부터 농장동물과 야생동물까지, 동물복지 논의는 가까운 과거에야 시작됐습니다. 주로 끔찍한 학대나 도살, 유기 등이 벌어져 여론이 들썩이면서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동물복지 담론을 수용할 사회적 토대도 탄탄해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 동물보호단체가 생겨났고, 현재 가장 큰 동물보호단체에 매달 회비를 내는 회원이 약 1만8000명입니다.

정치권도 반응합니다. 2010~2011년 겨울 구제역 확산으로 소·돼지 347만마리를 살처분 생매장하는 비극이 발생하자 동물보호법을 개정합니다. 국가의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소속 동물복지위원회도 만들었습니다. 이때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도입과 지자체의 학대받는 동물에 대한 구조와 보호조치 의무 조항이 생겼습니다. 지난해에는 동물보호단체가 3년여의 준비 끝에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시작이다 보니 제도와 문화를 새로 채워가야 합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선언 수준의 공약이라도 나와야 하는 거죠. 박원순 서울시장이 쇼하는 돌고래 제돌이와 친구들을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성공했던 것처럼, ‘정치적 결단’이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동물권 수호 의지가 강해 가장 믿음직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입니다. 사회의 인식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동물보호주간’을 정하고 생명 윤리를 교육하겠다고 합니다. 애니멀 피플 사이에서는 심 후보의 공약이 “압도적”이라고 평합니다.

문재인 후보도 환경은 좋습니다. 공약 발표 전부터 동물보호단체와 정책 협의를 해왔습니다. 또 동물권에 깊은 관심이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개고기로 유명한 모란시장을 없앤 이재명 성남시장, 동물 관련 입법활동을 해온 한정애, 표창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문 후보와 같은 정당입니다. 단, 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민주당은 실현 가능성을 많이 따진다”고 합니다. 결정을 여론에 기대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개 식용 문제를 손보겠다는 후보들의 도전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개 식용 문화는 비인도적으로 사육하는 개 농장의 존재 이유이자 개 도축과 학살로 이어지는 중요 고리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동물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인데,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 유승민 후보는 개 도축 금지를 약속했습니다. 보신탕이 문화라고 주장하는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수 있는지, 역시 다음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대선 후보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 청와대에서 키우던 진돗개를 버리고 떠나 시민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다음 대통령은 어떤 반려동물을 키울 것인가도 관심이다.

대선후보 5명 중 3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웠다고 답변했다.

문재인 후보의 반려견은 경남 양산에 두고 온 10살 풍산개 마루다. 홍준표 후보는 경상남도지사 관사에서 진돗개 6마리를 키웠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로 이사하느라 지인에게 개들을 맡겼다고 한다.

유승민 후보는 2014년에 11년을 키운 찡아와 이별했다. 현재는 반려동물이 없다. 유 후보 딸이 10살 때 실험동물이었던 찡아를 만나 집으로 들이면서 키우게 됐다. 의대생인 사촌오빠가 다리를 놔줬다.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반려동물이 없다고 답했다.

최우리 기자

심, 동물보호단체 정책제안 대부분 수용
문, 제안 다수 수용했지만 구체성 약해
안, 농장동물 복지에 한정된 공약만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 동물자유연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6개 동물보호단체는 최근 동물 정책을 발표했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제안하기 위해서다.

기자가 이들의 제안과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제외한 각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보니,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동물보호단체의 제안을 다수 수용했지만 심 후보보다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농장동물의 복지에 한정한 공약을 내놨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동물전염병 방역 대책 수립을 약속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반려동물 외 다른 동물 관련 공약은 없었다.

동물단체가 요구하는 농장동물의 복지는 감금틀 사육의 단계적 금지, 동물복지축산농장에 대한 지원, 축산물 사육환경표시제 도입 등이다. 동물원 동물에 대해서는 고래류의 사육·전시를 금지하고 동물원법 개정을 포함한 전시동물의 시설 관리 기준 강화가 요구 사항이다. 이 단체들은 사각지대란 지적을 받아온 동물실험을 규제하고, 대체기술을 개발할 것도 촉구했다.

심 후보와 문 후보는 농장동물, 동물원동물, 실험동물까지 꼼꼼히 챙겼다. 단, 문 후보는 공장식 축산설비 현대화 지원 사업은 그대로 한다면서 ‘타협’을 꾀했다. 안 후보는 반려동물 말고는 농장동물 관련 공약만 있다. 일반농장의 동물복지 인증을 촉진하기 위해 동물복지 인증 농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누구나 동의하는 개·고양이 학대나 유기 금지 공약 말고 다른 동물 관련 공약을 봐야 진심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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