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그린 대선여지도 ③ 반려동물
주리 사진을 보고 그렸는데 그리다보니 다른 개를 그렸다.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주리는 내 발을 툭툭 치며 놀아달라고 했다. 발 옆에서 조용히 잠든 주리의 체온이 따뜻했다. 사료는 안 먹고 간식만 먹으려고 해 속상했다. 집을 비울 때마다 혼자 두고 나가 미안했다. 자주 산책가지 못해 미안했다. 16년을 같이 살아줘서 고마웠다. 최우리 기자
차 바퀴에 끼고 경련 일으키고…
많이 아플땐 동물병원 갔지만
비용 부담에 정밀검사는 못해
투병끝 떠날 땐 온가족 울음바다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재산’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라니…
불법인 줄 알지만 마당에 묻어 주리를 떠나보내는 게 너무 슬펐다는 또다른 가족을 위해 반려동물을 더이상 키우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저는 지인의 강아지와 고양이, 아파트 단지 안 어딘가에 함께 살고 있는 길고양이, 과천 서울대공원과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동물원에서 동물을 만나며 마음을 달랩니다. 종종 가족과 산책 나온 동네 반려동물을 보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 주리,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니.’
언젠가 방 안에서 주리랑 놀다가 찍은 사진. 주리 사진 중에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리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최우리 기자
토요판팀 박현철 기자가 반려묘 보들이와 놀고 있다.
토요판팀 박현철 기자가 반려묘 보들이와 놀고 있다.
허재현 기자의 반려견 말티즈 루시.
학대·유기 처벌강화 등 공약 긍정적
100만원대 수술 등 진료비 가장 문제
병원별 비용 천차만별 “부르는 게 값”
문·안·심 “진료비 표준 만들 것”
홍 “진료비 10% 부가세 없앨 것”
동물복지 시작 ‘정치적 결단’ 중요
공약실천 위해 수의사회 설득해야 심상정 후보는 진료비 표준을 정하고, 나아가 가족참여형 공공동물의료보험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민간보험 상품은 이미 3~4개 나와 있지만 가입률이 0.1%로 매우 낮습니다. 전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없는 반려동물 의료보험에 세금을 왜 쓰느냐는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의료보험을 구상했습니다. 허 기자는 “그런 거 있으면 좋지”라며 반겼습니다. 홍준표 후보도 진료비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합니다. 기본검사 몇 가지를 빼고 대부분의 진료에 붙는 10% 부가가치세를 없애겠다고 밝혔습니다. 부가세라도 안 내면 좋지만, 10% 할인해주는 것만으로는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리는 1년을 아파하다 떠났습니다. 주리를 간호하면서,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힘들다는 걸 느꼈습니다. 까맣던 눈은 하얗게 백내장이 왔고, 적당했던 살이 다 빠져 뼈만 앙상했습니다. 걸어다니는 것도 힘겨워 넘어지기 일쑤였고, 물도 잘 넘기지 못해 품에 안고 먹여줘야 했습니다. 아파서 우는 주리의 목소리가 기억납니다. 수의사로부터 “맛있는 것 많이 먹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한여름 토요일 오후, 제 품 안에서 떠난 주리를 안고 온 가족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잘 못해준 것만 생각납니다. 우리는 주리를 시골집 마당에 묻었습니다. 불법인 걸 알면서도 그냥 묻었습니다. 집에서 죽은 반려동물은 생활폐기물로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지만, 가족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공공동물화장장을 짓겠다는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 참 반갑습니다. 공공동물화장장은 프랑스에도 있습니다. 반려동물부터 농장동물과 야생동물까지, 동물복지 논의는 가까운 과거에야 시작됐습니다. 주로 끔찍한 학대나 도살, 유기 등이 벌어져 여론이 들썩이면서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동물복지 담론을 수용할 사회적 토대도 탄탄해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 동물보호단체가 생겨났고, 현재 가장 큰 동물보호단체에 매달 회비를 내는 회원이 약 1만8000명입니다. 정치권도 반응합니다. 2010~2011년 겨울 구제역 확산으로 소·돼지 347만마리를 살처분 생매장하는 비극이 발생하자 동물보호법을 개정합니다. 국가의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소속 동물복지위원회도 만들었습니다. 이때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도입과 지자체의 학대받는 동물에 대한 구조와 보호조치 의무 조항이 생겼습니다. 지난해에는 동물보호단체가 3년여의 준비 끝에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시작이다 보니 제도와 문화를 새로 채워가야 합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선언 수준의 공약이라도 나와야 하는 거죠. 박원순 서울시장이 쇼하는 돌고래 제돌이와 친구들을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성공했던 것처럼, ‘정치적 결단’이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동물권 수호 의지가 강해 가장 믿음직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입니다. 사회의 인식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동물보호주간’을 정하고 생명 윤리를 교육하겠다고 합니다. 애니멀 피플 사이에서는 심 후보의 공약이 “압도적”이라고 평합니다. 문재인 후보도 환경은 좋습니다. 공약 발표 전부터 동물보호단체와 정책 협의를 해왔습니다. 또 동물권에 깊은 관심이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개고기로 유명한 모란시장을 없앤 이재명 성남시장, 동물 관련 입법활동을 해온 한정애, 표창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문 후보와 같은 정당입니다. 단, 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민주당은 실현 가능성을 많이 따진다”고 합니다. 결정을 여론에 기대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개 식용 문제를 손보겠다는 후보들의 도전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개 식용 문화는 비인도적으로 사육하는 개 농장의 존재 이유이자 개 도축과 학살로 이어지는 중요 고리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동물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인데,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 유승민 후보는 개 도축 금지를 약속했습니다. 보신탕이 문화라고 주장하는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수 있는지, 역시 다음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대선 후보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 청와대에서 키우던 진돗개를 버리고 떠나 시민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다음 대통령은 어떤 반려동물을 키울 것인가도 관심이다.
대선후보 5명 중 3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웠다고 답변했다.
문재인 후보의 반려견은 경남 양산에 두고 온 10살 풍산개 마루다. 홍준표 후보는 경상남도지사 관사에서 진돗개 6마리를 키웠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로 이사하느라 지인에게 개들을 맡겼다고 한다.
유승민 후보는 2014년에 11년을 키운 찡아와 이별했다. 현재는 반려동물이 없다. 유 후보 딸이 10살 때 실험동물이었던 찡아를 만나 집으로 들이면서 키우게 됐다. 의대생인 사촌오빠가 다리를 놔줬다.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반려동물이 없다고 답했다.
최우리 기자
심, 동물보호단체 정책제안 대부분 수용
문, 제안 다수 수용했지만 구체성 약해
안, 농장동물 복지에 한정된 공약만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 동물자유연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6개 동물보호단체는 최근 동물 정책을 발표했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제안하기 위해서다. 기자가 이들의 제안과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제외한 각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보니,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동물보호단체의 제안을 다수 수용했지만 심 후보보다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농장동물의 복지에 한정한 공약을 내놨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동물전염병 방역 대책 수립을 약속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반려동물 외 다른 동물 관련 공약은 없었다. 동물단체가 요구하는 농장동물의 복지는 감금틀 사육의 단계적 금지, 동물복지축산농장에 대한 지원, 축산물 사육환경표시제 도입 등이다. 동물원 동물에 대해서는 고래류의 사육·전시를 금지하고 동물원법 개정을 포함한 전시동물의 시설 관리 기준 강화가 요구 사항이다. 이 단체들은 사각지대란 지적을 받아온 동물실험을 규제하고, 대체기술을 개발할 것도 촉구했다. 심 후보와 문 후보는 농장동물, 동물원동물, 실험동물까지 꼼꼼히 챙겼다. 단, 문 후보는 공장식 축산설비 현대화 지원 사업은 그대로 한다면서 ‘타협’을 꾀했다. 안 후보는 반려동물 말고는 농장동물 관련 공약만 있다. 일반농장의 동물복지 인증을 촉진하기 위해 동물복지 인증 농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누구나 동의하는 개·고양이 학대나 유기 금지 공약 말고 다른 동물 관련 공약을 봐야 진심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우리 기자
문, 제안 다수 수용했지만 구체성 약해
안, 농장동물 복지에 한정된 공약만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 동물자유연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6개 동물보호단체는 최근 동물 정책을 발표했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제안하기 위해서다. 기자가 이들의 제안과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제외한 각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보니,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동물보호단체의 제안을 다수 수용했지만 심 후보보다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농장동물의 복지에 한정한 공약을 내놨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동물전염병 방역 대책 수립을 약속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반려동물 외 다른 동물 관련 공약은 없었다. 동물단체가 요구하는 농장동물의 복지는 감금틀 사육의 단계적 금지, 동물복지축산농장에 대한 지원, 축산물 사육환경표시제 도입 등이다. 동물원 동물에 대해서는 고래류의 사육·전시를 금지하고 동물원법 개정을 포함한 전시동물의 시설 관리 기준 강화가 요구 사항이다. 이 단체들은 사각지대란 지적을 받아온 동물실험을 규제하고, 대체기술을 개발할 것도 촉구했다. 심 후보와 문 후보는 농장동물, 동물원동물, 실험동물까지 꼼꼼히 챙겼다. 단, 문 후보는 공장식 축산설비 현대화 지원 사업은 그대로 한다면서 ‘타협’을 꾀했다. 안 후보는 반려동물 말고는 농장동물 관련 공약만 있다. 일반농장의 동물복지 인증을 촉진하기 위해 동물복지 인증 농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누구나 동의하는 개·고양이 학대나 유기 금지 공약 말고 다른 동물 관련 공약을 봐야 진심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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