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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국견’으로 추앙받던 진돗개는 왜 ‘유기견’이 되었나

등록 2017-05-16 10:26수정 2017-05-16 11:00

[대한민국 진돗개 보고서]
일제시대 ‘야견박살’에서 살아남아 ‘용맹한 코리아’의 상징이었던 그들
값싸게 ‘선물’돼, 1m 개줄에 평생 사는, 한 근 ‘4천원’의 삶으로 전락했다
진돗개는 ‘국견’으로 추앙받는 천연기념물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개이다. 지난 4월 전남 진도군의 한 진돗개 농장에서 종견으로 사육되는 진돗개.  진도/남종영 기자
진돗개는 ‘국견’으로 추앙받는 천연기념물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개이다. 지난 4월 전남 진도군의 한 진돗개 농장에서 종견으로 사육되는 진돗개. 진도/남종영 기자
“동물 구조 현장에 가면 유기견 50% 이상이 진돗개이거나 진도믹스(혼혈견)입니다.”(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아니에요. 80% 이상이 진돗개예요.”(윤희본 진돗개 전문가)

대한민국 국견, 천연기념물 제53호, 1988년 올림픽 때 서울 도심에서 퍼레이드를 벌인 용맹함과 우람함의 상징. 그러나 지금 진돗개는 ‘버려지는 개’가 됐다. 값싸게 ‘선물’되고, 1m도 안 되는 개줄에 묶여 평생 살다가, 한 근(600g)당 4천원에 개고기로 팔려간다.

진돗개가 새삼 주목을 받게 된 건 지난 3월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돗개 유기 논란’ 때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이 기르던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새끼 7마리를 데려오지 않았다. 새롬이와 희망이는 2013년 2월 그가 청와대에 입성하던 날, 취임준비위의 ‘사전 기획’으로 동네 주민이 ‘선물’한 개였다. 4년 임기 내내 대한민국 ‘퍼스트 도그’(first dog: 대통령 가족과 함께 사는 개)로 대통령의 일상을 홍보하는 데 이용했지만, 정작 청와대를 나올 때는 두고 나온 것이다.

2013년 2월 청와대에 입성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동네 주민으로부터 진돗개 선물을 받고 좋아하고 있다.  <와이티엔> 갈무리
2013년 2월 청와대에 입성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동네 주민으로부터 진돗개 선물을 받고 좋아하고 있다. <와이티엔>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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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겨레>가 국내 동물 3단체가 보호 중인 유기견 현황을 살펴보니, 3분의 2 가까운 개가 진돗개 계열이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173마리 중 77마리가 진돗개 혹은 진도믹스로 44%를 차지했다. 케어는 300마리 중 200여마리가, 동물자유연대는 204마리 중 60여마리가 진도믹스나 진돗개라고 밝혔다. 2016년부터 2017년 5월8일까지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시스템에 등록된 유기견 8만3838마리를 살펴보았다. 믹스견(혼혈견)이 절반인 4만472마리였고, 진돗개는 3900마리였다. 믹스견 중 상당수는 진도믹스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진도믹스는 동물단체에서도 유기견 입양이 잘 되지 않는다. 입양률이 불과 5~8% 정도”라고 말했다. 동물단체 보호소는 안락사를 시키지 않지만, 지자체 위탁 유기견보호소에 수용된 진돗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된다. 이 많은 진돗개들은 어디서 왔을까? 왜 이렇게 많은 진돗개들이 버려지고 안락사되고 있을까?

야견박살에서 살아나다

“진돗개는 한반도 남부지방에 사는 자연견종으로 보면 됩니다. 특정 목적을 위해 인위적인 교배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람과 함께 살아온 것입니다.”(윤희본)

최소 1만2000년 전, 늑대가 개가 된 어느 최초의 시간. 스스로 사냥하는 것보다 원시 인류 주변에서 먹이를 얻어먹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개의 조상들은 그때부터 인간과 교감하는 법을 익혀나갔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부터 인위적 교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진돗개 같은 자연견종은 지금까지 늑대의 시간을 기억한다. 인간의 눈치를 볼 줄 알지만, 들개로 나가 살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이다.

사실 ‘진돗개’라는 고유명사는 조선시대 기록에 등장하지 않는다. 진돗개가 ‘발견’된 건 일제강점기 들어서다. 제2차 세계대전이 장기화되면서, 일본은 만주 전선에서 쓸 방한복·방한화용 모피가 부족해진다. 광견병이 사회보건상 위협으로 제기된다. 1920년대부터 시작된 조선총독부의 ‘야견박살’(野犬撲殺)령은 이런 필요와 위험을 충족시켰다. 등록 증표가 없는 개는 지정된 요원(도태부)이 때려죽여도(박살) 됐다. 죽어 나간 건 토종개들이었다. 비싼 서양개들은 이미 등록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나마 살아남은 개는 진도와 거제도, 완도, 제주 등 행정력이 잘 미치지 않는 변방의 섬 개들이었다. 구릉에 사는 노루를 사냥하는 데 능숙한 사냥개들이었다. 1936년 경성제국대의 모리 다메조는 광주에 갔다가 진도에 사냥 명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진도에 다녀온 뒤 그는 조선총독부에 보고서를 내고 천연기념물 지정을 건의한다.

“귀가 서 있고 꼬리가 위로 쳐들려 있는 것이 요즘 동부아시아 계통의 개와 다를 바가 없다… 진도개와 일본개와의 관계는 ‘내선일체’를 말하는 데 유력한 자료가 되는 학술상 귀중한 개라 아니할 수 없다”(김정호의 <진도견>(1979)에서 재인용)

당시 일본에서는 서양개를 기르는 유행의 정반대에서 시바견, 기주견(기슈견) 등 일본 개를 재발견하는 ‘개 민족주의 열풍’이 불고 있었다. 모리 다메조가 서둘러 진도에 건너간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진돗개의 역사를 추적한 <무등일보> 전 편집국장 김정호(80)는 이렇게 평한다. “진도개는 그 성능의 우수성 때문에 문화재가 된 것이 아니라 일본견 연구를 위한 학술상 가치 때문에 지정을 받은 셈이다.”

1945년 해방 뒤, 진돗개 등록 제도는 유지됐다. 그러나 ‘일본놈들이 괴롭히기 위해 만든 제도’로 여겨져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1967년 ‘한국진도견보호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우리 손에 의한 관리가 본격화된다. 군 장병들이 휴가 때 가져나가는 등 진돗개 열풍도 분다.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때 서울 광화문에서 진돗개 퍼레이드 행사가 열렸다.  국가기록원 제공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때 서울 광화문에서 진돗개 퍼레이드 행사가 열렸다. 국가기록원 제공
‘충무로 진돗개’의 탄생

절정은 1980~90년대 애견 문화가 중산층으로 확산하면서다. 한때 애견숍 100여곳이 성업한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가 중심이었다. ‘서양개’는 이미 대세가 되었지만, ‘순종 진돗개’에 대한 수요도 꾸준했다. 한국진도개협동조합 임태영 이사장은 ‘충무로 진돗개’의 탄생을 하나의 계기로 본다.

“호랑이와 싸워서 이기는 용맹스러운 개라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혈통 교배를 통해) 우람한 진돗개를 만들게 되는 거고… 사실 진돗개는 생각과 달리 호리호리하거든요.”

뭍에서 혈통 교배를 통해 우람한 체형의 진돗개가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개는 일 년에 두 번 새끼를 낳는다. 빠른 번식 주기 때문에 원하는 외양 만들기가 용이하다. ‘귀 서고 꼬리 말린 개’라는 진돗개의 전형적 이미지도 이때 강화됐다. 한국애견협회 등에서 활동하며 진돗개를 연구해 온 윤희본(60)씨가 당시를 회상했다.

“가장 큰 고민이 귀가 잘 안 서는 거였어요. 진도에서 구해와도 귀가 잘 안 서는 거야. 기주견은 귀도 잘 서지만 꼬리도 장대처럼 잘 서거든요.”

일본에서 기주견과 시바견이 들어와 충무로 진돗개와 섞여졌다. 중국에서 차우차우를 들여와 몸도 우람해졌다. 진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주견이 들어와 늘어진 진돗개의 꼬리를 세웠다. 순종 진돗개의 이미지는 만들어지고 소비됐다. 전형적 이미지도 유행을 타고 변조됐다. 꼬리 말린 개가 진돗개의 순종처럼 대우받다가도 어느 순간 ‘똥개’ 취급을 당했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모두 진돗개를 길렀다. 진도 등에서 선물받은 개였다. 권력과 진돗개가 대중매체에 소비되면서, 중산층의 소비 욕구를 부추겼다. ‘충무로 진돗개’로 표상되는 사회경제적 시스템은 이를 뒷받침했다. 이 시기 진돗개가 많아진 이유로 윤희본씨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진돗개 가격이 쌌다. 1980~90년대 순종이라고 하면 새끼 한 마리에 20만원을 받았다. 파는 입장에선 암캐 하나 잘 두어 한해 5마리를 낳으면 100만원이 손에 들어왔다. 쏠쏠했다. 마구 번식시켜 마구 팔았다. (최근 시세 30만~50만원에 견주면, 진돗개 가격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 둘째, 좋은 진돗개의 기준이 중구난방이었다. 유행을 탔고 마케팅이 판쳤다. 그러다 보니, 싼값에 쉽게 구입하고 맘에 안 들면 버렸다. 셋째, 싼값에 거래됐기 때문에 사육 환경이 안 되는데도 쉽게 사서 쉽게 버렸다. 유기견이 넘쳐났다. ‘과잉번식’과 ‘낮은 가격’은 악순환의 차량을 굴리는 두 바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두고 간 진돗개 일부는 일반에 분양됐다. 지난 4월 청와대에서 데려온 진돗개 ‘해피’를 이재일 전남대 수의대 교수(왼쪽)와 박이복(62)씨가 안고 있다.  광주/남종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두고 간 진돗개 일부는 일반에 분양됐다. 지난 4월 청와대에서 데려온 진돗개 ‘해피’를 이재일 전남대 수의대 교수(왼쪽)와 박이복(62)씨가 안고 있다. 광주/남종영 기자
‘박근혜 진돗개’의 미래

지난 3월19일 광주 수완동의 신일섭(61)씨의 집 마당. 울타리를 열어주자 진돗개 ‘모두’가 화단 후미진 곳으로 가더니 끙끙거렸다. 모두를 신씨 가족에게 연결시켜준 이재일 전남대 교수(수의학)가 말했다. “진돗개는 똥을 항상 누는 곳에 눠요.”

모두는 청와대에서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두고 간 것이 진도개명견화사업단장인 이 교수를 통해 이곳으로 분양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두고 간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새끼 2마리는 경기 광주의 종견장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5마리 중 3마리는 일반 가정에 분양됐고, 모두는 그중 하나다. 똥을 다 눈 모두는 발바리 ‘심평이’와 함께 뛰놀았다. 이재일 교수가 말했다.

“몇십년 동안 순종-잡종 논쟁을 하느라 허비했어요. 내가 그랬죠. ‘그거 안 된다. 이젠 어떻게 기르느냐가 문제다….’”

그는 대한민국 진돗개가 다 사나운 경비견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경비견의 훈련이라는 게 개를 묶어서 내놓고 한 사람만 밥을 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 영역은 자기 영역이 되는 거죠. 다른 사람이 침범하면 짖고 사납게 구는 겁니다.”

혈통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과의 관계다. 좋은 진돗개는 교배를 통해 탄생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길러진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어렸을 적부터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나누면 외롭고 사나운 개가 될 리 없다. 친절한 가족을 만난 모두는 앞으로 행복할 것이다. 신씨네 가족은 개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심평이와 치코 등 함께 사는 개들도 유기견이다.

지난 4월 임태영 한국진도개협동조합 이사장이 진돗개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도/남종영 기자
지난 4월 임태영 한국진도개협동조합 이사장이 진돗개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도/남종영 기자
3월20일 전남 진도에서 만난 임태영 이사장도 “묶어서 키우는 관습이 진돗개를 버렸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개 키우는 문화도 바뀔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개 농장을 보여주었다. 40마리의 개가 견사에 사는 비교적 소규모 농장이었다. 암수 한 쌍이 두어 평 되는 곳에서 살면서 2년에 3차례 새끼를 낳는다. 한 마리에 30만~60만원 선에서 전국으로 분양된다. 전원주택 소유자가 주 고객이라고 한다. 진도군에 등록된 판매처는 28곳이다. 100마리 이상 키우는 농장주도 있다. 그러나 과밀한 농장일수록 개는 쓸쓸하고 불행하다. 하루에 두어 번 밥을 받아먹을 때 사람과 나누는 교감이 전부다. 개는 사람과 감정을 나누며 살도록 진화했다. 임 이사장은 “독일은 전문 브리더가 소수만 키워 비싼 값에 파는데, 국내 현실에선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나운 개를 만들었다

진도에는 진돗개 약 1만 마리가 산다. 지난해 통계로 1만827마리다. 5098마리가 태어나 2258마리가 섬 밖으로 나갔다. 진도군에서 통계를 내는 이유는 혈통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출산 때부터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를 등록해야 하고, 반출 허가를 받아야 섬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태어나고 반년이 지난 개는 혈통 및 표준체형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에 불합격한 진돗개는 원칙적으로 진도 밖으로 내보내게 되어 있다. 농장에서 번식력이 다한 노령견도 퇴출된다. 뭍에서 들어온 트럭이 섬을 돌며 싣고 간다. 대개는 개고기용이다. 천연기념물인 진돗개가 식용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한 농장주는 “(번식 산업과 혈통 보전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말했다. 진도군 관계자는 “어떻게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전남 진도의 한 진돗개 농장에서 진돗개 새끼들이 농장주가 오자 좋아하고 있다.  진도/남종영 기자
지난 4월 전남 진도의 한 진돗개 농장에서 진돗개 새끼들이 농장주가 오자 좋아하고 있다. 진도/남종영 기자
진돗개와 관련한 전문가들을 만나면 모두 하는 말이 있었다. “혈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기르느냐가 중요하다”, “묶어서 기르는 문화가 진돗개를 ‘사나운 개’로 만들었다”. 조선시대 그림을 봐도 토종개들은 한가롭게 게으름을 피우거나 뛰어다닌다. 무리를 이뤄 몰려다니는 ‘마을 개’였다. 사실 개를 묶어 키우는 문화는 100년이 안 됐다.

수도권으로 공급되는 반려견 농장과 경매장들은 경기 이천, 광주, 양평 등에 집중되어 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지탱하는 공장들이다. 한밤중 이 지역 농공단지에 가면 진돗개 짖는 소리가 울린다. 공장에서 ‘경비용’으로 사들인 진돗개들이 사람이 떠난 시골 공장지대 적막한 밤의 주인이 된다. 주인이 누군지 모른 채, 1m 목줄에 매여 평생을 살다 끝난다. 기쁨, 슬픔이 거세되어 기계처럼 목적에 바쳐진다. 그 생명들이 유기견이 되고 개고기가 된다.

진도·광주/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도움말 주신 분들=김동진 생태환경사학자, 박소연 케어 대표, 오석일 진도군 진도개사업소 박사, 윤희본 진돗개 전문가, 이재일 전남대 수의대 교수, 임태영 한국진도개협동조합 이사장, 전진경 카라 이사,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한홍율 전 서울대 명예교수

*전남 진도에서 천연기념물로 관리를 받는 진돗개는 ‘진도개’라 부르지만, 이 기사에서는 ‘진돗개’로 통일하여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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