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한 장면. 전 세계의 고양이 천국을 향해 떠난다. 필앤플랜 제공
고양이와 인간이 어울려 살아온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수천 년 동안 고양이는 인간에게 신묘한 존재 혹은 가장 일상적이고 친근한 존재, 때때로 인간 능력 밖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졌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이야기 가운데 인간과 일상을 공유하며 위로하는 ‘프로힐러’ 고양이들이 출연한 영화를 모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국·2017)
‘헬조선'을 떠나 봄볕 같은 고양이의 천국으로 답사를 떠난 다큐멘터리. 고양이 눈에 비친 공존의 삶은 무엇일까. 대만의 낙후된 폐광촌 허우통에서 고양이들은 오래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로 대우받는다. 한 블로거의 사진으로 사람들이 모였고 마을 사람들은 고양이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한국에도 ‘고양이의 섬’으로 많이 알려진 일본 후쿠오카의 작은 섬 아이노시마. 이곳 고양이들의 일과는 인간이 보기에도 부럽다. 고양이들은 해안가 볕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먹이를 찾으러 동네를 어슬렁거린다. 이외에 일본 도쿄의 오래된 마을 아나키긴자, 오사카 니시나리 마을 등에서 인간과 평온하게 공존하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영국·2017)
잘 팔리지 않는 버스킹 뮤지션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병든 고양이를 만난다. 제임스는 고양이에게 ‘밥’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공연하러 다니기 시작한다. 밥과 다니면서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게 된 제임스. 제임스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돼준 밥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들의 공연은 지금도 실제 진행 중.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일본·2016)
아마추어 복서 출신 미츠오(가자마 스케)는 우연히 작은 고양이 ‘친’과 ‘쿠로’를 만나 함께 살게 된다. 꿈이 좌절된 백수를 위로하는 고양이 두 마리가 만드는 좌충우돌 동거기. 일본 아마존에서 3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고양이춤>(한국·2011)
길고양이 삶을 다룬 2011년 다큐멘터리 <고양이춤>의 한 장면.
한국 길고양이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길에서 여정을 이어가는 고양이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봤다.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조명했다. 고단한 삶 가운데서도 고양이 특유의 나른함과 여유를 즐기는 모습에서 오히려 위로를 얻는다.
<구구는 고양이다>(일본·2008)
천재 만화가 아사코(고이즈미 교코)는 13년 동안 키우던 고양이 사바가 죽고 실의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활발하고 자유분방한 새끼 고양이를 만나고, 아사코는 그에게 ‘구구’란 이름을 지어준다. 구구와 함께 생활하며 다시금 일상의 활기를 찾았지만 더할 것 없이 순조로운 나날 가운데 생각지도 못한 병을 얻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고양이의 보은>(일본·2003)
지브리스튜디오가 그린 고양이 왕국. 17살 평범한 고등학생 하루. 어쩐지 잘 풀리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는 길에 트럭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한다. 덕분에 천국 같은 고양이 세계에 초대받은 하루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
신소윤 yoon@hani.co.kr
※‘애피 리스트’는 동물 전문 매체 <애니멀피플>이 꼽은 동물 리스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