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 위성이 촬영한 남극대륙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구의 최남단 남극점의 온난화 속도가 지구 평균보다 3배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남극대륙 평원은 평균기온이 겨울에는 영하 60도, 한여름에는 영하 20도에 이른다. 남극 기후는 지구에서 연간 온도 진폭이 가장 큰 곳이다. 하지만 남극대륙 서부 등지도 지구온난화 영향을 받아 20세기 후반 따뜻해지고 빙상이 녹아내렸다. 반면 대륙 안쪽에 위치한 남극점 지역은 1980년대까지 냉각 상태가 유지됐다. 하지만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연구팀은 <네이처 기후변화> 29일(현지시각)치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 30년 동안 남극점의 온난화가 지구 평균의 3배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20세기 후반 남극 반도의 온난화로 빙하 얼음들이 녹아내릴 때 남빙양을 에워싼 강한 서풍이 남극점 기후를 고립시키고 남극 고원을 냉각시켰다. 남극대륙 서부에서도 온난화가 상당히 진행돼 많은 얼음이 녹았지만 남극대륙 전체의 해빙은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면서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다. 남극대륙 서부 해안의 빙상 두께는 극적으로 얇아졌다. 해빙 면적의 변동폭이 커져 2014년에는 기록적으로 커졌다 2016년에는 반대로 유례없이 작아졌다. 남극 반도와 남극대륙 서부의 온난화는 약해지는 추세를 보였다.
위도상으로나 고도상으로나 가장 먼 곳인 남극점은 달랐다. 냉각기에 접어들었던 남극점에서 21세기 들어 빨라진 온난화가 이전의 냉각을 원점으로 돌려놓고도 한참을 더 나아갔다. 1980년대 1도가 낮아졌던 남극점의 평균기온은 최근 30년 만에 1.8도가 높아졌다.
연구팀은 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아문센-스콧과학기지의 기상 관측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남극 기상 관측으로는 가장 오래된 이곳 기록은 1957년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연중 온도 변동폭이나 연도별 변동폭이 크지 않았으나 1980년부터 변동성이 커졌다. 1983년 기록적인 냉각화가 기록되고 나서도 몇차례 냉각 현상이 반복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 완전히 역전돼 1989∼2018년 사이에는 10년 주기로 0.6도씩 상승했다. 10년 주기 0.2도인 세계 평균기온 상승의 3배에 이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연구팀은 일차 원인을 열대의 해양과 기후 변동성 곧 ‘10년 주기 태평양 진동’(IPO)에서 찾았다. IPO는 1980년대 초에는 음에서 양으로 바뀌었다가 21세기 들어서서는 다시 음으로 바뀌었다. IPO가 음의 상태일 때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고 이것이 대기의 대류를 활발하게 발달시키면 고기압과 저기압 기단이 번갈아가며 고위도 쪽으로 이동한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이 남극대륙을 에워싸고 강하게 불고 있는 서풍의 경향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남반구 기후 변동성의 주요 현상인 남반구 극진동(SAM)도 양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IPO와 SAM의 결합이 남대서양 고위도 지역(웨델해)의 저기압 활성을 증대시키고, 이 저기압이 남대서양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고위도의 남극 내륙까지 이동시킨다는 것이 연구팀의 해석이다.
하지만 연구팀 분석 결과 자연적인 기후변화만으로 남극점의 온난화 추세가 설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기후모델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열대의 기후 작용과 인류 기원의 온난화 효과가 두발자전거처럼 동시에 작동했다고 결론내렸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미국 콜로라도대의 섀런 스태멀전은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은 연구팀 논문 관련 ‘뉴스와 전망’에서 “연구팀의 분석은 남극점에서 가장 따뜻한 해(1981∼2010년 평균보다 2.4도 높았다)인 2018년에서 끝났지만 2019년 2월 남극 평원 동부에서 남반구 극진동 극값이 기록되고 10월에 다시 경신됐다”며 “물론 2019년 10월 현상이 일시적 자연변동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청정한’ 곳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