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구청 직원들이 배기가스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자동차 배기 검사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내 연구진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발 오염물질과 만나 고농도로 변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은 28일 “환경복지연구센터 김진영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국내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과 상호작용을 통해 수도권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배가하는 과정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기상 및 대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대기화학과 물리> 최신호에 게재됐다.
겨울철과 봄철에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오염의 고농도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연구팀은 이를 화학적으로 분석하려 초미세먼지 고농도 측정일별로 해외 유입 단독, 국내 대기정체 단독, 해외 유입과 국내 대기정체 동시 발생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미세먼지의 열역학적 특성을 조사했다.
국내 대기 정체 조건에서 국외 미세먼지의 장거리 유입과 국내 배출 전구물질 축적의 복합상승효과에 의한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모식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연구 결과 국내 대기정체만 원인일 때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34㎍/㎡, 중국발 미세먼지가 원인일 때는 53㎍/㎡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넘어왔을 때 국내 대기정체까지 겹치면 농도는 72㎍/㎡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중국발 미세먼지와 대기정체에 따른 국내 미세먼지가 만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생긴다고 분석했다. 우선 중국발 미세먼지에 포함된 황산염 및 질산염은 강한 흡습성이 있어 입자 안의 수분을 증가시킨다. 수분이 많은 미세먼지가 수도권에 유입돼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질소산화물과 만나 반응하면 입자 안의 질산염이 추가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국내에서 증가한 질산염이 다시 수분을 흡수하고 질산염을 증가시키는 되먹임 효과로 미세먼지 농도 증가는 가속된다.
연구팀은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 입자 안에서 수분과 만나 질산염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대기중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가 풍부해야 해, 대기중 암모니아 농도를 줄이면 중국발 미세먼지와 국내발 질소산화물 간의 시너지 효과를 줄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럴 경우 오히려 초미세먼지 입자가 산성화해 인체 유해성은 더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통해 대기중 총 질산 성분을 감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많이 받는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질소산화물의 질산염 전환이 쉽기 때문에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 전략의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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