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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CO₂ 저장소’ 열대 토양, 기후변화의 또 다른 걱정거리

등록 2020-08-13 17:24수정 2022-01-13 16:53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온대지방 배출 증가율 35%보다 훨씬 커
세기말 토양 탄소 배출량 인간 유래 6배
영국 에딘버러대 연구팀이 파나마 섬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지방 토양 탄소의 배출 증가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영국 에딘버러대 제공
영국 에딘버러대 연구팀이 파나마 섬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지방 토양 탄소의 배출 증가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영국 에딘버러대 제공

이번 세기말 열대지방의 토양이 4도 따뜻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5% 증가해 지구온난화가 훨씬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에딘버러대와 미국 스미소니언열대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네이처> 13일(한국시각)치에 게재한 논문에서, “열대지방의 토양을 인위적으로 2년 동안 4도가량 데웠더니 주변보다 이산화탄소를 55% 더 많이 배출했다”고 보고했다. 한 과학자는 이를 두고 ‘기후변화 분야의 또 하나의 걱정거리’라고 표현했다.

전지구 지표면을 살짝 덮고 있는 땅 속에는 수목이나 대기에 들어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탄소가 함유돼 있다. 특히 열대지방의 토양은 전지구 토양이 함유한 탄소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 토양은 탄소 배출과 흡수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죽은 나무나 잎, 뿌리 등 수목 폐기물에서 땅으로 흡수되는 탄소 양은 그 폐기물을 먹고사는 땅속 미생물들의 호흡을 통해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 양과 거의 비슷하다. 토양의 탄소 흡수-배출 유동량은 인간 활동에서 유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10배에 이른다. 이 균형이 깨져 토양의 탄소 배출이 흡수보다 1% 많아지면 인간 유래의 이산화탄소 배출 10%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방출되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열대지방 토양은 상대적으로 온대 등 고위도 지역 토양보다 탄소를 적게 방출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비교된 적은 없었다.

영국 에딘버러대 연구팀이 열대 밀림에 전선을 매립해 땅을 데우면서 열화상 카메라로 토양의 열을 측정하고 있다. 전선에 전기를 가동하기 시작해(왼쪽)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일대의 땅이 전체적으로 따뜻하게 데워졌다. &lt;네이처&gt; 제공
영국 에딘버러대 연구팀이 열대 밀림에 전선을 매립해 땅을 데우면서 열화상 카메라로 토양의 열을 측정하고 있다. 전선에 전기를 가동하기 시작해(왼쪽)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일대의 땅이 전체적으로 따뜻하게 데워졌다. <네이처> 제공

일부 생태학자들은 1990년대 초부터 토양을 인공적으로 데우는 장치를 만들어 중위도와 고위도 숲에서 실험을 했다. 탄소를 많이 함유한 토양이 온난화됐을 때 이산화탄소 순배출이 증가했다. 2016년 한 연구팀은 2050년까지 토양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이 미국 만한 크기의 국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상시 온난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열대지방은 포함되지 않았다.

<네이처> 논문 제1저자이자 연구를 주도한 에딘버러대의 생태학자 앤드류 노팅엄은 2014년 스미소니언열대연구소가 자리한, 파나마운하 인근의 인공섬인 바로콜로라도섬에서 1.2m 깊이의 구덩이 5개를 만들어 전선을 묻었다. 비바람과 허기진 곤충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전선은 철구조물로 씌웠다. 모양은 마치 거대한 거미처럼 생겼다. 측정장치들은 혹독한 날씨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든 내후성 상자 안에 설치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하마떼의 공격을 받아 끊어진 전선을 다시 잇느라 일년치 예산과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2016년 11월에 시작한 실험은 땅을 4도 가량 데우기 시작했다. 이 온도는 현재 기후 모델로 21세기말 열대지방에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온이다. 다른 장비로는 실험 지점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측정했다. 또 인위적으로 데우지 않은 자연 그대로인 인근 지점의 이산화탄소 양도 측정했다.

2년 동안 주변보다 4도 높은 온도를 유지하자 땅속 유기물질 분해에서 기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1㏊당 8.2±4.2톤에 이르렀다. 대조군 땅의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55%가 많은 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런스버클리연구소의 생태학자 마가렛 톤은 “캘리포니아 숲에서 같은 실험을 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35%였다”며 “연구팀 연구 결과는 놀라운 것”이라고 말했다.

노팅엄은 “전체 열대지방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 2100년까지 대기에 방출되는 탄소 양은 650억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인간 유래 발생원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의 6배에 이르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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